"박광일
(주)여행이야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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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이 갖고 있는 약점 가운데 하나가 도시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란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한테 어디를 갈 거냐고 물어보면 루브르, 타임스 스퀘어, 산마르코 광장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신 파리, 뉴욕, 베네치아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되고 또 그게 별로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국내 여행을 떠나는 이들한테 물어볼 때 답이 돌아오길 작은 도시, 예를 들어 영월이나 통영이라고 하면 그런대로 이해를 하는 편이지만 대구나 부산, 광주라고 하면 다음에 뭔가 다시 물어야 할 거만 같다. 대구 어디냐고.

물론 이러한 대화 속에 스며들어 있는 생각 속에는 외국이라면 도시 이름만 알고 가는 것도 나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그 도시 이름만으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도시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관광 상품으로서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도시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겠지만 분명한 건 그 도시 나름의 핵심 이미지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상당부분은 그 도시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리는 중세와 근대를 거치며 만들어진 유럽 최대의 도시라는 기반 위에 근대 회화가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면서 현대 패션의 중심지로 이미지를 굳혔다. 그런 면에서 파리를 가는 이들은 멋쟁이 ‘파리지엔느’를 떠올리며 스스로 그런 분위기에 취해서 가곤 한다. 물론 조금 더러운 파리 시내를 보며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앞서 파리에서 본 것처럼 이러한 도시들은 대체로 탄탄한 근대 역사를 배경으로 갖고 있다. 특별한 경우, 예를 들면 미국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중세쯤에 도시의 모양을 갖춘 뒤 근대를 거치며 현재의 대형 도시로 발전한 경우가 많다. 덕분에 도시의 한 가운데 분위기는 부도심이나 주변부와 달리 고풍스런 분위기를 한껏 뽐내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한 백 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 분위기와 사뭇 다르기 때문에 그 때 모습만 제대로 보존하고 있더라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고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도시가 갖고 있는 경쟁력, 그 가운데 관광이라는 부분으로 한정한다면 약하게 느껴진다. 조선이 한양 외에 도시를 길러내지 못했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지만 다른 도시들도 중세와 현재를 이어줄 근대 역사의 흔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조선 후기 역사가 일제 강점기로 이어지면서 그 시대를 소홀히 다룬 면도 있어 보인다. 특히 일제가 남겨놓은 유물에 대해 여유가 없던 시절은 적산유물, 곧 적이 남겨 놓은 것 정도로 여겨 없애버린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 유물은 상당부분의 우리 민족 삶이 담겨있는 자료라는 면에서 중요한 문화재 가운데 하나이다. 다행히 요즘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일제 강점기와 그 전후시기에 만들어진 유물들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더구나 이러한 유물 주변은 옛 도시의 중심지인 경우가 많아 도시의 다른 곳과 분위기가 남다른 곳도 많다.

부산과 대구, 목포와 군산의 근대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하는 거리가 대표적이다. 이들 공간은 오래 전 우리나라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곳임은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곳을 생각하게 한다. 또 도시 한 가운데인 경우가 많아 주차시설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대신 그리 넓지 않아서 충분히 걸어서 다닐만한 곳도 많다.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걷기 여행이 많아진 요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찾기 위해 도심을 걸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거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근대 역사에 대해 살펴보면서 더불어 우리나라 도시의 매력을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기회로 만들어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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