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섭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우리 여행업계처럼 바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노동집약적 산업(?)이란 소리가 툭하면 터져 나오는 것이 일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소위 말하는 하이테크나 고부가가치 산업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상이 달라도 정말 많이 달라졌지만 여행업계에서 변한 것이라곤 항공사커미션이 사라진 것뿐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우린 정녕 3D업종일까? 평생의 업으로 택하기에 부족하기만 할까? 하지만 오랜 세월 이 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업종인 탓에 큰 돈은 벌지 못한다 해도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것도 열거하자면 많다. 고객이 여행할 곳을 추천하고 기획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직접 드넓은 세상에 나가 안목을 넓히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어디 그 뿐인가? 지구촌이 좁디 좁아져 외국어 하나쯤은 구사해야 행세하는 세상에 온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어학 현장학습은 영양가 만점이다.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그들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 또한 이 시대의 교양인으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업계의 한 선배 분은 다양한 경험을 학문과 접목해 칠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서양사를 포함한 여러 강의로 대학강단에 서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업계의 많은 분들이 대학에서 산지식을 후학들에게 전수하고 있지 않은가!

결혼생활 30년이 그리 멀리 남지 않았지만 경제적인 풍요함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탓에 아직도 아내에게 불평을 들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기분이 좋을 리야 없지만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하면 여행업계에 몸 담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같은 시기에 타업종이나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친구 중에 지금도 일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하는 말이다. 동창 모임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등산 등 각종 문자안내는 가진 건 시간 밖에 없는 또래들의 처지를 잘 말해 준다.

30년을 훌쩍 넘긴 나의 여행업계 생활은 그래서 아쉬움보다는 보람이 앞선다. 물론 모든 게 다 좋다고 하는 건 아니다. 우리 업계가 진정으로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고 좋은 일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변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 중 약속은 참으로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다. 그 중요함을 누구나 공감하지만 이 대목에 상당히 취약한 것 또한 사실이다.

직장 내에서나 밖에서나, 공적이나 사적이나 약속 이행의 의지가 박약한 사례를 많이도 발견한다. 더욱 난감한 것은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여서, 항공사와 여행사간의 관계여서, 협력사 관계여서 등 이유도 여러가지인데 이도 저도 아닌 아무 생각이 없어서 하는 경우는 더 많을지도 모른다. 어느 사회든 일이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하게 이뤄진다면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바쁠 땐 아무리 상대방이 급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반대의 경우엔 상대방이 바쁘건 말건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업무를 방해하는 모습을 업계에서 흔히 본다. 자신은 시도때도 없이 남에게 휴대 전화를 걸고 정작 남의 전화는 선별해 받는 경우도 있다. 전화기는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존재한다는 거룩한(?) 생각을 한번이라도 가져 봤을까?

남의 회사를 방문하는 것에도 예절은 있는 법이다. 한참 바쁘게 일을 보고 있는데 회사 근처에 있으니 들어가도 되겠느냐는 전화를 받으면 참 난처하고 화까지 나기 십상이다. 본인은 가장 편하고 여유가 있는 반면 상대방은 가장 바쁜 시간에 둘이 만나게 되는 셈인데 과연 이런 만남이 무슨 생산성이 있을까!

예측 가능한 사회, 이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에게 궁금증을 안기기 전에 상대방이 무얼 내게 알고 싶어 할까를 미리 생각해 보면 정답은 너무도 가까이에 있다. 모든 사회적인 행위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멋진 생각, 한 번쯤 가져봄직하지 않은가.

해외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예전과 달리 우리나라의 상품이 세계 유수의 공항에서 노른자위에 속하는 자리에 진열돼 있는 걸 보며 감회에 젖을 때가 많다. 우리 업계라고 못할 것이 없다. 시작이 반인데 오늘 한 가지만 실천해 보면 어떨까?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