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겸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tourlab@jnu.ac.kr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여수세계박람회가 지난주 공식 개막식을 시작으로 8월12일까지 93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1993년 대전엑스포이후 19년만에 열리는 축제이니 만큼 설렌다. 무엇보다 자연과 문명, 인류가 조화를 이루는 물, 바다, 연안을 놓고 박람회를 하는 건 처음이라 더욱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준비과정 속에서 뜻을 모아 노력해온 여수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KTX와 고속도로가 놓여지고, 도시환경이 정비되고,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문화적 역량과 시민의식, 자부심이 높아진 것은 큰 소득이다. 이번 엑스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 브랜드 인지도 제고. 특히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되었던 전남 뿐 아니라 부산, 경남, 제주를 아우르는 남해안권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예산이 제때 집행되지 못한 탓에 개막 직전까지 도로와 행사장 주변 정비가 마무리되지 못해 과연 행사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지만 개막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대전박람회가 그러했듯이 행사 운영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우리의 기본 저력으로 성공적인 개최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여수가 인구 30만에 불과한 소도시이며,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관람객 유치는 여전히 불안하다. 입장객이 5일 만에 15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는 당초 예상했던 주말·공휴일 10만명, 평일 5만명과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이 같은 추세로라면 전체 관람객수 1,080만명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숫자는 숫자일뿐 지나치게 목표치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엑스포장을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이렇게 멋진 행사장이 행사가 끝난 이후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였다. 3개월간의 개최뿐만 아니라 이후의 사후활용이 관건이다. 사라고사엑스포, 대전엑스포 등 역대 대부분의 엑스포장은 행사 이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박람회 기간 방문객 실적만 믿고 시설을 보완하지 않는 채 운영에만 치중했고 콘텐츠 업그레이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와 이벤트 기획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려는 수요 창출 전략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다행히 여수박람회는 설계단계서부터 사후 활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고 최근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그러나 필요한 재정 및 세제지원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고, 아직 부지의 향후 활용 개념 설정조차 끝나지 않은 점은 엑스포가 끝나기 전에 풀어야 할 과제다.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박람회가 끝난 후에 엑스포장이 남해안지역 관광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람회 개최 후 남아있는 국제관을 리모델링해 회의장으로 사용하고 기존의 숙박시설과 교통 인프라를 활용해 국제회의와 이벤트 등 컨벤션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 외국인 전용 면세점 등을 유치해야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국제크루즈 및 연안크루즈를 활성화하고 요트·마리나 산업 등 해양관광을 육성하고, 다도해 섬관광상품을 개발해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인근 순천만 갯벌과 보성 녹차밭, 하동 섬진강, 남해, 통영 등 남해안권 해양관광지와 연계하는 큰 그림도 필요하다. 금오도 비렁길과 같은 매력적인 여수만의 콘텐츠와 스토리를 찾아내야 한다. 사후 활용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는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여수가 세계적인 해양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를 응원한다. 올 여름 여수로 가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축제장은 늘 붐비고 다소의 불편함도 있기 마련이지만, 제대로 즐기려는 마음만 준비한다면 올 여름 여수에서 특별한 추억을 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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