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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를 앞두고 필리핀 국적 항공사들의 신규 취항, 증편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필리핀 국적의 항공사가들이 공급을 늘리며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필리핀 노선에 집착하는 이유를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Z2 마닐라 취항에 PR 증편으로 맞불
-5J 칼리보 취항에 Z2 추가 증편 고민
-GSA 사활 걸고 ‘배수의 진’을 친 격




■PR, 인천-마닐라 전격 증편

필리핀항공은 현재 하루 2회 운항하고 있는 인천-마닐라 구간에 오는 7월20일부터 하루 1편을 추가해 하루 3회 운항한다고 밝혔다. 2007년 5월, 오전편을 신설해 하루 2회 인천-마닐라를 운항한 지 5년만의 추가 증편이다. 필리핀항공은 “마닐라에 거주하는 교민이나 다양한 스케줄이 필요한 비즈니스 여행객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새로 운항하는 PR465편의 운항기종은 A320-200이며 좌석수는 비즈니스 12석을 포함해 총 156석이다. 필리핀항공은 이번 추가편을 지속적으로 운항한다는 방침이다.

필리핀항공은 교민, 유학, 레저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판단해 오래전부터 인천-마닐라 노선의 증편을 준비했다. 필리핀항공은 이원구간 판매보다는 단순왕복 수요가 많음에도 ‘증편’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필리핀항공의 증편, 제스트항공의 신규 취항 등이 이뤄지지 않은 6월5일 현재도 필리핀 노선은 하루 최대 공급석이 2,400여 석에 이를만큼 넘친다. 상대적으로 상용수요와 이원구간 판매가 많은 인천-싱가포르 노선의 하루 최대 공급석인 2,300여 석보다 많은 수준이다.

■필리핀 항공사간 … ‘핑퐁’ 양상

이같은 필리핀항공의 마닐라 증편은 인천-마닐라 노선을 선점하겠다는 것보다는 필리핀 국적의 항공사들 간의 얽히고설킨 기싸움의 차원으로 보는 게 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 국적의 항공사들 사이에서 증편에 증편, 신규 취항에 신규 취항으로 응수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5월5일 필리핀항공이 칼리보에 취항했고, 오는 7월1일 세부퍼시픽항공도 칼리보에 취항할 예정이다. 제스트항공 입장에서는 2009년부터 단독 운항하면서 여행사 대상으로 누렸던 우월한 협상력과 높은 수익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제스트항공은 두 항공사의 신규 취항에 ‘7월20일부터 8월20일까지 주16회 운항 검토’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제스트항공의 6월28일 인천-마닐라 신규 취항 발표는 필리핀항공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세부퍼시픽항공이 세부, 마닐라 노선에 단계적으로 진입했고, 제스트항공이 6월28일 인천-마닐라에 매일 운항을 결정하면서 필리핀항공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이에 필리핀항공은 지난해부터 경쟁 항공사에 대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전환했고, 이런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인천-마닐라 노선 증편이 있는 것이다. 세부퍼시픽항공은 정체돼 있는 한국 GSA 성장을 위해 제스트항공, 필리핀항공이라는 까다로운 경쟁자가 있음에도 인천-칼리보 취항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필리핀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경쟁에 “도를 넘었다”라며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필리핀 국적항공사 이외에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이 세부, 마닐라, 클락 등에 수많은 정기편을 운항하고 있는데다, 대한항공이 마닐라 노선 일부 출발편을 20만원 프로모션 요금을 내놓고 있는 등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이유다. 게다가 이들 항공사는 세부, 보라카이 등의 좌석을 상당부분 하드블록으로 운영해 모객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후유증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A 여행사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서로 연동된다. 보라카이, 세부 등이 공급 과잉으로 부진해 덤핑이 나오면 다른 동남아 휴양지, 넓게는 괌, 사이판 수요까지 빨아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훈·세유·글로벌에어 팽팽 대결

이처럼 시장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각 항공사들은 배수의 진을 치고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필리핀 국적의 항공사들의 증편과 신규 취항이 GSA의 부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이기 때문에 이번 성수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것.
필리핀항공의 GSA는 세훈항운, 제스트항공은 세유항공, 세부퍼시픽항공의 GSA는 글로벌에어시스템이다. 이들 대부분의 항공편은 GSA에서 책임운영하고 있다.

세부퍼시픽항공의 경우 지난 2009년 GSA 임대방식(Whole Charter)에서 본사에서 운영하는 저가항공사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GSA는 위험부담은 줄었지만, 큰 수익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부퍼시픽항공 GSA는 인천-칼리보 노선을 임대방식으로 운영해 수익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제스트항공은 좌석 대부분을 하드블록 형태로 판매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지만 필리핀항공, 세부퍼시픽항공의 신규 취항으로 소프트블록의 증가, 여행사의 협상력 감소로 만만치 않은 수익감소가 예상된다. 필리핀항공 ‘필리핀 시장을 보호해야 산다’라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기에는 다른 필리핀 경쟁사들의 공세가 심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다. 필리핀 국적 항공사들의 이런 암투에 각 GSA들도 상대 항공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한 필리핀 국적의 항공사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앞 둔 현재 필리핀 항공사 사이에서는 전운까지 감돌고 있다”며 “경쟁이 심화된 것은 물론 감정까지 격해지는 양상”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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