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체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는 것을 진화론이라고 한다. 생명체 변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는 진화론은 여행업계에도 여러 측면으로 적용된다.

2004년 발리는 동남아는 물론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떠오르는 핵이었다. 풀빌라라는 개념이 한국에서 본격 소개됐고, 고급 풀빌라가 많은 발리는 허니문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당시 발리를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었으며, 당시 관련 업계는 공급석을 늘리고, 여러노선 중 발리를 우선 판매하는 형식으로 발리 시장의 성장을 위해 더욱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때까지는 단순한 생물이 고등의 생물로 발전하는 진화론이 잘 적용되는 듯했다. 하지만 수요만큼 항공공급이 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있던 공급도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시장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조금씩 잃었다. 당시 상황을 아는 업계 종사자들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로 전한다. 그래서 2004년이나 지금이나 발리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의 수는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최근에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이 증편을 계획하면서 일부 패턴에 대해 항공좌석의 요금을 크게 올릴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졌다. 사전에 상품을 구성해 판매하는 여행사에게는 황당하고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항공과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만이 직항을 운영하는 상태여서 발리 업계에게는 이번 요금인상 계획이 간단치 않은 문제다. 게다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니 다른 허니문 경쟁지역의 공세로 발리의 설 곳은 더욱 좁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마니아들의 시장으로 몇몇 전문가들이 특수한 시장으로 꾸려나갈 여지도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시장 전체로 시야를 확장한다면 진화론의 또 다른 단면이 보인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것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사라지거나 미미해졌던 사례들이 있다. 직항 전세기로 많은 여행객들이 찾았던 브루나이가 그랬고,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렸던 중국 하이난도 지금은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발리는 발리 업계의 노력으로 시장을 유지했고, 2004년 초반 같은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려면 여러 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항공사의 안정적이 운영과 정책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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