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바운드 전문가 인터뷰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 안지환 지사장
“한국도 언어장벽 허물고 차별화 전략 쓸 때”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을 외국에 알리는 전도사다. 국내는 물론이고 현지로 직접 날아가 ‘한국의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현재 한국관광공사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양 4곳에 진출해 중국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이징 지사는 중국의 4개 지사를 동시에 담당하는 본부다. 작년 8월 부임해 한국관광공사 베이징 지사를 이끌고 있는 안지환 지사장을 통해 중국 관광의 현황과 해결 과제를 들었다.

Q 중국인의 여행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고 들었다.

1997년부터 중국인은 한국으로 단체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공무, 기업을 중심으로 한 업무 목적의 방문이 많았다. 통상 개인소득 5,000달러를 넘어서면 본격적인 해외관광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2011년 중국인의 1인당 평균소득은 5,000달러를 넘어섰다. 과거와 달리 순수하게 관광을 즐기는 중국인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중국인은 미용, 의료, 패션, 명품 등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특히 의료관광이 눈에 띈다. 중국인의 의료관광은 주로 미용성형 위주다. 그러나 중국은 성형과 관련한 광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관광공사 베이징 지사도 적극적으로 미용성형 관광을 돕진 못한다. 의료관광 업체나 지자체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방한상품 일정에 건강검진을 포함하는 등 제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Q 중국인이 한국여행에서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인구 14억명인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박리다매’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관광상품도 마찬가지다. 방한상품의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중국인은 값싼 방한상품을 이용하고 있지만 한편 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를 느끼고 싶어 한다. 그들은 대중문화 등은 한국이 한 발 더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중국 관광객은 한국 여행시 큰 기대를 하지만, 정작 실망할 때가 많다. 음식이 부실하다거나 ‘언어소통’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한자를 많이 사용해 중국인이 정보를 얻기에 용이하다. 중국어관광가이드를 통역안내사협회라는 단체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정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체계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이 중국을 배후시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한문 병용도 필요하다.

Q 중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하려면?

저가 위주의 상품 개발로는 중국인을 장기적으로 유치할 수 없다. 2020년 중국인 아웃바운드 여행객은 약 1억명으로 추산된다. 중화권 목적지(홍콩, 마카오,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와 차별화된 관광 이미지를 만들고 한국만의 주도면밀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중국만의 특성을 알 필요도 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여타의 국가와 성격이 다르다. 아직 ‘인맥’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곤 한다. 중국 인센티브 단체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사결정권자를 활발하게 초청하고 시설을 답사하도록 잘 설득해야 할 것이다.

Q 베이징 지사의 목표와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2012년 4월 말까지 방한중국관광객은 전년대비 약 22% 증가했다. 베이징 지사는 하반기 중국 서북부 및 내륙지역의 한국행 전세기를 잘 활용하고자 한다.
또한 8, 9월에 개최되는 타이위엔, 시안 지역의 관광박람회에서도 한국을 알릴 예정이다. 베이징 시민은 비교적 해외여행 빈도가 높아 새로운 관광을 원한다. 천편일률적인 패키지 상품뿐만 아니라 자유여행과 패키지가 섞인 자율패키지 상품과 자유여행 상품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제주올레와 같은 SIT상품이나 VIP상품도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다. 여행사와 공동 팸투어를 마련 중이다. 지난해 바오젠일용품유한공사의 1만여명이 한국을 방문해 화제를 낳았다. 베이징 지사도 인센티브 관광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5월 MICE 로드쇼, 7월 한국 MICE 엑스포, 9월 CIBTM(China Incentive Business Travel & Meeting Exhibition)을 통해 한국을 알렸다. 청소년 단체도 중요하다. 지자체와 함께 청소년 여름캠프 상품을 공동으로 판촉하고 지원하고 있다.

Q 올해 한중 수교 20주년이다.

공식적으로 수교한 지 20주년이지만, 한국과 중국은 지난 수천년간 왕래했다. 한국인은 과거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익숙하지만, 상대적으로 중국인은 과거의 한국을 잘 모르고 현재의 한국만 생각한다. 중국과의 교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무역거래 2,300억달러, 인적교류 650만명이라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 지난 20년간 한국과 중국은 긴밀히 공조해 왔다. 한중 관광이 하나의 발판이 되어 한국의 여러 산업 부문에 영향을 주길 바란다.
구명주 기자 mjgo@traveltimes.co.kr


■opinion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장기적 시각으로 준비…정부 지원 필요”
프레지던트호텔 마케팅팀 이상호 객실1 파트장

프레지던트호텔은 특2급 호텔이고 명동과도 가까워 일본 여행객들의 비중이 80%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중국인 투숙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중은 평균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프레지던트호텔처럼 서울의 많은 호텔들이 중국 인바운드를 유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숙박료에 있다. 중국 단체의 경우 지상비가 현저히 낮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단체 대부분은 의정부나 수원 등 서울 외곽, 경기도 등에 있는 저렴한 관광호텔에서 머문다. 하지만 중국 인바운드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호텔의 안정적인 수익유지를 위해 중국인을 맞을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들을 충원하고, 객실 내 안내서, 레스토랑 메뉴 등에 중국어를 병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매력이 있는 일본시장을 두고 수익이 낮은 중국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어가 가능한 호텔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기관이 필요하고, 중국인들을 위한 시설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하나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정부나 협회, 관광공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바운드 여행사들의 지상비 현실화와 행사 품질 개선도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중국 단체는 서울에 많이 와도 시내가 아니라 외곽으로 돌고, 관광보다는 쇼핑과 옵션에 집중해 만족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인식도 악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상품의 고급화, 현실화가 없이는 중국 인바운드 발전은 요원하다.



▼“20년째 같은 일정, 새 상품 나와야”
모두투어인터네셔널 장유재 대표이사

한중 수교는 1992년 맺어졌지만 한중 여행자유화가 체결되기까지는 6년이라는 시간이 더 소요됐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탈북자 입국 및 불법 이민 등이 우려됐기에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등 정부 6개 부처에서 중국 여행객을 관리했던 시절도 있다. 여행자유화가 시작된 1998년부터 중국 인바운드 시장 초창기에는 국비를 지원 받아 입국하는 수요가 대부분이었다. 15개의 중국인유치전담여행사가 활동했고 대부분의 여행객이 여행사를 통한 단체 여행객이었다. 2002년 월드컵 시즌에는 전담여행사만 55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100만 중국인 관광객을 예상했던 업계의 기대감과는 달리 실제는 절반에 그쳤다. 아직 외교 관계에 긴장감이 가시지 않던 시기로 중국 공안 당국의 감시가 심했기 때문이다. 인바운드 시장에 한중 외교 관계의 파급력은 그만큼 컸다. 문제는 한국 상품이 갈수록 저가로 치닫고 있고 20년째 상품 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인바운드 시장은 아직 발굴되지 못한 내륙 수요, 재방문 고객 등을 감안할 때 아직도 성장 초기 단계라 볼 수 있다. 한국 시장이 중국 인바운드를 일본보다 앞서 선점해야 한다. 시장에 중고가 상품, 신상품이 출연하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려면 무엇보다도 홍보가 우선돼야 한다.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상승하고 있는 이때, 서울-부산-제주만이 한국 여행 코스의 다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알리고,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VVIP 고객 유치해야 여행사와 면세점 공생 가능”
워커힐 면세사업지원부 조강묵 차장

워커힐면세점은 국내 타 면세점보다 앞서 2004년부터 중국 인바운드 시장에 타깃을 맞춰 왔다.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선발했으며 중국 고객의 소비 패턴에 대응하고자 인기 코너인 시계매장을 부티크화 했다. 3~4년간 인프라를 갖추고 난 이후 2008년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한다. FIT보다 단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중국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어 온 점도 주효했다. 워커힐 면세점과 카지노, 워커힐 쇼 등을 연계한 상품을 추진한 결과 현재 국외 고객 매출의 85%가 중국 고객에서 창출되고 있다.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올해도 비슷한 성장률이 점쳐진다. 연중 상하이사무소를 개소할 예정이며 1,300평에 이르는 면세점을 3,000평으로 확대하는 공사가 첫 삽을 뜬다. 아쉬운 점은 면세점의 중국 고객 중 95%가 외부에서 숙박하는 고객이라는 점이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워낙 저가로 팔리고 있고 중급·고급 계층을 겨냥한 상품은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저가 호텔만 쓰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워커힐 호텔과 면세점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디럭스 패키지를 개발하고 판매를 독려해 오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 중국의 10% 인구에 타깃을 맞춘 VVIP 상품이 안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 등 정부 차원에서 홍보를 지원하면서 고가 상품이 끊임없이 중국 시장에 노출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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