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수
롯데관광 사장
dsyulotte@yahoo.co.kr

지난 15세기 초부터 17세기 초에 걸쳐 유럽 국가들은 배를 타고 세계를 누비면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탐험과 무역으로 힘과 부를 축적하던 이른바 ‘대항해 시대’를 구가했다. 그로부터 수 세기가 지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지구촌 사람들은 국경의 장벽이나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연간 10억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상호이해와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어 그야말로 21세기 ‘대여행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실감하게 된다.

최근 세계관광기구(UNWTO)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국제관광객 수는 9억8,2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이 소비한 관광비용은 미화 1조3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더욱이 지난해 지구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자연재해 등 숱한 악재들과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국제관광객 수는 전년도보다 4.6%가 증가했고 관광지출도 무려 11%가 늘어났으니 여행을 비롯한 관광산업의 놀라운 저력과 성장세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이처럼 도도하게 밀려오기 시작한 ‘대여행 시대’의 여파이기라도 하듯, 여행 산업을 에워싼 여러 가지 환경들도 크고 빠른 변화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우선 여행의 주체인 소비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여행경험이 축적되고 여행에 관한 정보의 양과 질이 크게 확대 개선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권리의식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고 여행에 대한 니즈(Needs)가 점차 다양하게 진화되고 있다. 여행의 패턴도 각자가 개성과 취향에 따라 자기만의 일정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여행’으로 바뀌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단순히 ‘보고 먹고 노는 여행’에서 ‘배우고 체험하고 친교하는 여행’ 쪽으로 빠르게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관광자원에 대한 인식도 이제는 과거처럼 거대한 역사적 구조물이나 대규모의 자연경관 같은, ‘눈으로 보는’ 자원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자원, 이른바 감성 자원 쪽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올레길이나 둘레길 같은 길을 걸으며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그 속에서 아련하고 애틋한 어떤 향수의 편린들을 돌아보는 여행이라던가, 이른바 ‘슬로우 시티(Slow City)'를 찾아 쫓기는 일상 속에서 삶의 여백을 찾으며 느림의 미학을 음미하는 여행, 스토리텔링을 통해 문화와 역사의 로망을 되살리는 식의 여행 등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외 여행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여행상품의 트렌드도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평범함을 거부하고 있다. 새롭고 차별화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제자리를 잡은 의료관광이나 MICE는 제쳐두더라도, 은퇴자 층을 중심으로 여행과 생활을 함께 추구하는 장기체류상품을 비롯해 각 지역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그곳의 주민들과 교류하는 문화관광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시설을 견학함으로써 산업체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고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산업관광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른바 한류 붐을 통해 그 성과가 입증된 바와 같이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스크린 투어리즘이나 각종 인기 스포츠의 대회나 캠프 등을 유치하고 이를 매개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스포츠 투어리즘도 재조명 되고 있다. 이밖에도 우주여행을 비롯해 극지나 심해를 탐험하는 이른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여행이나 각박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피곤하고 지친 심신을 어루만지는 힐링투어, 상위 1%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럭셔리 투어 등도 이제부터 개척해야 할 새로운 영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전 방위에 걸친 여행 산업의 환경변화는 머지않아 큰 흐름이 되어 우리에게 닥쳐올 것이 불을 보듯 확실하다. 따라서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욕구수준을 충족시키는 노력과 함께 여행시장을 에워싼 여러 환경의 변화와 흐름을 제대로 읽고 그 변화를 앞서가기 위한 우리 여행업계의 준비와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21세기 ‘대여행 시대’가 몰고 오는 변화의 소용돌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국내외 여행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우리 여행인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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