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일
(주)여행이야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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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도 계실 듯하다. 근래 격화된 일본의 독도 침탈에 대한 야욕에 대해 한국 사람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너무나 뚜렷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사람이 접근하는 방식까지 같아야 한다면 그것 역시 현명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특히 여행업계란 늘 다른 나라와 교류 속에서 존재한다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길에서 만나는 일본 관광객을 보며 현재의 외교적 대립관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적지 않은 수의 우리나라 관광객 역시 일본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상호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여행상품이 갖고 있는 본질이 환대라는 점에서 현장에서 감정을 노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일본 관광객을 잘 대해주려니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잘 나가는 일본이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리라. 하지만 근래 벌어지는 외교전의 전개 양상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한일관계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일본의 위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 보인다. 어떤 이는 그 예로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회사 3개의 시가총액이 한국 모 전자회사의 30%에도 이르지 못한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표는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나라 사이 비교로 보기에는 어렵다.

그럼 나라 전체의 통계를 놓고 보면 어떨까? 2012년에 발표한 GDP(국내총생산)를 보면 한국이 1조1,640억 달러, 일본이 5조9,810억 달러다. 대략 한국이 일본의 1/5정도다. 하지만 인구 규모가 2.5배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2배 안팎의 개인 경제력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인당 PPP(구매력 평가)에 따른 소득을 보면 한국이 3만1,714달러, 일본이 3만4,740달러다. 환율과 물가라는 가림막을 제거하면 결국 한국과 일본의 개인 살림살이는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향후 경제성장률을 볼 때 그 격차는 좁아지는 것은 물론 역전이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얼마 전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 가운데 하나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높게 평가하기도 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면에서 현재 일본 정치권이 만들어내고 있는 우경화 정책은 스스로에 대한 위기의식의 반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우리 나름의 대응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라는 논리로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요즘 중국에서도 우리처럼 일본과 영토분쟁이 벌어지면서 반일 감정이 경제 문제는 물론 사회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휴업을 하고 일본 사업가나 관광객이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일본이 저지른 과거 역사를 생각하면 반일 시위가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목적과 관계가 옅은 다른 영역까지 확장될 경우 중국이 감당해야 할 유무형의 손실도 커질 것은 분명하다. 나라 사이에서 이뤄지는 경제협력이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호이익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일본에 대한 과장된 행동 역시 무언가 다른 속내가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처지가 다른 중국과 우리는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과 다른 우리만의 방식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지금처럼, 아니 조금 더 친절하게 일본 관광객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일본에 돌아가서도 ‘친절한’ 한국인의 주장에 호의를 갖고 바라볼 것이다.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독도 문제는 어떤 면에서는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자기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만났을 때 움직일 보통의 양심을 가진 일본 사람들이 우리의 지원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최선임을 이미 손빈이 지적하지 않았던가. 현재 한일 외교 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자세가 조금은 달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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