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섭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이 땅에 국외여행알선업이란 업종이 생겨난 이래 업계는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IMF환난 등 수많은 고난을 겪기도 했지만 곧 이은 내국인의 해외여행과 상용출장의 증가에 힘입어 반전을 이뤄내곤 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 때와는 사뭇 다른 듯하다. 한 때 여행사로 넘쳐나던 서울 무교동이 이젠 여행사 사무실의 공동화를 얘기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말이다.

지난 시절의 많은 어려움들이 경제위기나 신종 바이러스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며 발생한 것이지만 지금은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요인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웃바운드 여행업이라는 생태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의 수수료가 사실상 사라지고 온라인을 통한 호텔 객실구매가 상식이 되어버린 지금 메이저 홀세일여행사와 전문여행사, 온라인여행사를 빼면 생존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여행사가 얼마나 될까?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어느 순간 우리에게 너무도 빨리 그 날이 닥쳐 온 격이다. 지난 수 십 년 간 우리 여행업계는 양적인 면에서는 크게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그에 상응하지 못했다. 대다수의 여행사가 항공사로부터의 수수료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별도의 수입원이라야 단체를 행사하며 발생하는 지상비 수입일 정도로 취약성을 안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획기적인 유통혁명이 태동했고 항공사는 이를 재빨리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아도 고유가와 경제위기, 내부적인 경영의 어려움으로 크게 고전하고 있던 항공사로선 선택의 여지없이 인터넷을 통한 직접판매에 팔을 걷어 붙였고 여행사커미션은 순식간에 역사의 유물로 사라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구미의 여행사들은 항공권 커미션이 없어지기 전에도 고객들로부터 이미 일정한 업무대행 수수료를 받고 있던 터라 고객들로부터 가외의 수수료를 받아내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서비스는 곧 공짜라는 의식이 팽배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항공권 가격과 분리된 취급수수료를 받아낸다는 건 그저 힘겹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취급수수료의 최대치인 7퍼센트를 고객으로부터 받아 매출이익으로 삼는다 해도 급여와 임대료 등 제반경비를 제하고 나면 영업이익은 2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진다. 삼성전자의 금년도 3분기 영업이익이 13.7퍼센트라고 하니 비교 자체가 민망할 따름이다.

지구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며 생태계가 파괴되듯 우리 여행업계도 너무도 빨리 온 환경변화에 대다수가 희생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심지어 인위적으로 여행사의 숫자가 줄어들면 반사이익을 보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연 그럴까?
어느 한 쪽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체를 보면 답이라고 볼 수 없다. 여행사들의 혼신의 노력과 투자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촉진한 결과 오늘날 1,300만 명을 상회하는 해외출국자가 오늘도 인천공항을 메우고 있다.

이젠 항공사와 대형여행사 그리고 관련 협회가 나서야 한다.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의식을 전제로 하고 말이다. 항공사들은 80/20의 마케팅 원칙을 신봉한 나머지 군소여행사의 몰락을 재촉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보며 간단없는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 협회는 골목상권의 보호를 위해 대형여행사와 군소여행사의 중재자 역할을 맡아줘야 하고 대형여행사는 군소여행사와의 역할분담과 후원에 아낌없이 나서야 한다. 물론 군소여행사가 여기에 만족할 순 없다. 현재의 전통시장 판매방식으로 생존을 담보하기보단 신형 아웃렛 매장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건 각자의 몫이기도 하다.

항공사의 오늘이 있기까지 여행사를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며 군소여행사 없이 대형여행사의 오늘의 발전이 있을 수 없을 만큼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의 터전인 여행업이라는 생태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이것이 여행업의 경제민주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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