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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문의해위원회
마케팅본부장/ 관광학 박사
katiehan@visitkoreayear.com

여행을 계획할 때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다. 여행 가이드 책자나 여행분야의 인기 블로그를 검색할 때도 식당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흔치 않다. 개인의 식성이 다양한 탓에, 섣부르게 추천할 수 없는 것이 음식이기는 하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2010~2012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깨끗하고 친절한 식당환경을 만들고자 대대적으로 식당환대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이 캠페인에 참여한 전국 7개 지자체와 함께 700여 곳의 식당을 직접 찾아가 서비스, 위생, 시설, 환경 부문 등을 평가했다. 이번 평가는 식당업주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니터링 요원이 불시 방문해 종합 평가한 것이 특징인데, 평가 결과 13개 식당이 최우수 업소로 선정됐다. 음식 맛은 평가하지 않았지만 맛은 기본이요, 서비스까지 더해져 최우수 식당에 머무는 시간 내내 내 집에 온 듯한 편안함과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면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각 식당은 개성이 뚜렷했다. 전북 군산의 ‘대정소바’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한데다가 아담했다. 이 집이 어떻게 최우수 업소로 뽑혔을까 하는 의문은 들어서자마자 풀렸다. 아늑한 분위기는 인심 좋은 옆집 할머니의 집 마냥 편안했고, 소바 육수 맛은 일품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 위에 놓인 빵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의 팥빵과 야채빵이었다. “이 집 빵이 유명한데, 일찍 안 가면 줄 서서 사야 해요. 군산까지 오셨는데 이 집 빵은 드셔보셔야지!” 과연 지나는 길에 본 이성당은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 줄을 뚫고 빵을 준비하셨을 생각을 하니 한 번 더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우연히 들른 일본 손님에게는 작은 돼지모양의 도자기 장식을 선물로 주었다는데, 이 손님이 한글을 배워 감사의 엽서를 썼다고 한다. 환대는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것이 분명했다.

인천에서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인현 통닭 삼계탕’ 집은 모든 직원이 사장이었다. 13명의 직원들은 홀과 주방 순환 근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계산대를 돌아가며 맡으면서 사장의 마인드까지 갖췄다. 13명이 모두 사장인 셈이다.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고, 작은 일이라도 나누며 의견을 교환하다보니 서로를 소중히 대하는 분위기가 식당 곳곳에서 느껴졌다. 대구의 ‘자금성’은 백발의 사장이 주차장 관리를 한다. 식당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손님의 표정을 잘 살피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50억원을 들여 전통 한옥을 짓고, 우리의 것을 더 알리고 싶어서 식당을 시작했다는 인천의 ‘자미궁’ 대표는 자칭 한국홍보대사다.

최최우수업소에는 공통점들이 있다. 편안한 분위기, 따뜻한 말 한마디, 공손한 손놀림이다. 그 중에서도 종사자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미소는 으뜸이었다.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 이런 분들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한국의 따뜻한 정을 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13개 식당의 최우수업소 업주들은 12월, 일본의 우수업소를 방문하는 서비스 벤치마킹 연수를 떠난다. 지금도 훌륭한데 일본에 가서 무엇을 더 배워올까 눈을 반짝이는 그들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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