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즐겨 찾는 명동. 언젠가부터 다양한 언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에게도 일본어로 호객하던 화장품 매장 앞 도우미들은 중국어를 구사하며, 동남아 관광객을 위해 영어 안내도 하고 있다. 일본 관광객 수요는 여전히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타 시장의 증가로 인해 주춤한 모습이다. 1,000만 관광객을 유치한 지금, 일부 국가로의 쏠림현상을 극복하고 시장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편집자 주>

-1위 아성 흔들리는 일본 인바운드
-중국 및 동남아권 성장세에 주목
-균형 있는 접근으로 다변화 해야




■일본인 방문객 감소추세 이어져

역사적인 외래객 1,000만명 시대를 열면서 전통적인 주요 시장인 일본의 약화와 다른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방문객 중 일본인이 차지한 비중은 33.5%였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10명 중 3명 이상이 일본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올해 10월까지 일본인 방문객의 비중은 전체의 29.4%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독도 문제 등으로 주춤하면서 지난 10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일본인 방문객 수가 20.7%나 감소했다. 오래도록 제1시장 지위를 유지했던 일본 시장의 변화가 수치적으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 출국자수 감소에 더해 2~3개월 이전에 들어오는 호텔 예약 상황 등을 종합해볼 때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인 해외 출국자 수는 지난 9월에 162만5,000명(-0.7%), 10월은 147만2,000명(-3.0%)으로 꾸준한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현재 추이를 고려할 때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날 확률은 낮다. 지난해 11월 일본인 방문객은 33만1,721명, 12월은 29만9,069명이었다. 만약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가 기록되더라도 일본인 관광객 비중은 32%로 지난해보다 떨어지게 된다.

■중국인은 평균 25%의 증가세

반면 기대되는 것은 중국인 방문객의 성장이다. 현재 평균 25%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11월과 12월 성장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더라도 중국인 관광객의 올해 전체 비중은 지난해 22.7%에서 24.6%로 올라간다. 보수적으로 봐도 지난해보다 2% 가까이 상승하는 셈이다. 또한 한류 열풍에 따라 타이완(+10.4%), 홍콩(+32.0%), 태국(+23.8%), 싱가포르(+25.2%) 등 동남아 방문객은 10월에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일본 시장의 비중은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국내 기관 및 업계 관계자들도 일본만 바라보던 과거에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한 예로 서울관광마케팅 측은 마케팅 예산 편성 등에 있어서 이미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면적이 일본에 비해 넓어서 예산 배분이 필요하다는 사실 외에도 향후 잠재력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성숙된 시장이기에 방문객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독도 문제 등의 갈등이 상존하기에 만약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중국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중국을 중시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3.11 동북부대지진 이후 급감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본 정부는 20억엔을 투자해 유치 활동을 시작했는데, 전체 중 중국에는 8억엔, 한국에는 4억엔을 할당했었다. 당시 일본관광청 미조하타 히로시 장관은 “인바운드 회복에 전력할 것이며 특히 중국의 국경절과 춘절 연휴에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중국 시장 공략을 선언하기도 했다.

■호텔도 중국 시장 ‘기웃’

국내 호텔도 비율이 떨어지는 일본 시장 대신 중국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0월 이후 서울 시내 호텔들은 일본인 수요가 급감하자 서둘러 다른 국가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 처음부터 일본 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삼은 인사동 센터마크호텔은 최근 러시아 기자단과 여행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숙소를 제공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한 밀레니엄힐튼호텔은 미국이나 중국 현지에 파견된 지사들을 통해 기업 및 인센티브 수요 공략으로 일본 시장 축소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일본인 감소에도 타격이 적은 호텔은 단체여행객 비중이 낮거나 다른 국가의 수요가 늘어난 곳이 대부분이다. 호텔 신라의 경우 단체관광객보다 개별여행객, 인센티브, 비즈니스 목적 숙박객이 많기 때문에 일본인 수요 증감에 따른 타격이 적다고 밝혔다. 명동 이비스의 경우 외국인 비중에서 일본인이 47%에 달하지만 나머지 중화권 수요의 증가에 충격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이비스 측은 “현재 중국,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의 중화권 관광객이 늘어서 일본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은 상태”라며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 감소로 내년부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중화권에 프로모션을 더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일 비중 전체 외래객의 57%

업계는 1,000만명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한 지금, 더욱 다양한 시장에 대한 접근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10월 현재 중국과 일본인 방문객 비중을 합하면 57%에 이를 정도로 편중이 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수요가 주춤한 것은 ‘이미 올 사람은 다 왔다’고 말할 정도로 그동안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여지는 남아 있다. 내년 3월말부터는 일본 도쿄까지 제한 없는 항공운항이 허용된다. 국제선의 관문인 나리타 노선에는 앞으로 한국의 모든 항공사들이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일본인 수요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우리나라를 거쳐 타국으로 이동할 것이 기대된다.

중국 시장은 앞으로도 기대가 크지만 이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 사례에서 보듯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급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문에 지난 10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3%나 떨어졌다. 중국 현지의 반일 감정 때문에 일본인의 해외여행 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일본인 출국자가 감소했을 정도다.

■편중 아닌 균형 있는 접근 필요

한편 항공자유화 협상의 지지부진함은 중국 수요유치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2006년 산둥성과 하이난 노선의 자유화가 이뤄진 이후 답보상태에 빠져 항공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항공사는 국내선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한국을 연결하는 국제선보다 더 큰 상황인데 한국과 항공자유화가 이뤄지면 이익은 모두 한국 국적 항공사가 가져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중국 항공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한국이 난항을 겪는 사이 일본은 중국 하늘길을 완전히 열었다. 항공자유화 협상으로 내년 3월말부터 일본은 중국 어디로든 노선을 개설할 수 있다. 바로 옆에 엄청난 시장을 두고도 마음껏 들어갈 수도, 횟수를 늘릴 수도 없는 우리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현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과 일본 시장에 대한 균형적인 접근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집중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인바운드의 성장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관광마케팅 측 관계자는 “일본은 단체 여행객이나 인센티브 수요가 대신 개별관광객이 관광 정보를 스스로 찾고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식상하다고 느끼는 난타 등의 공연도 좋아하는 만큼 신규시장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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