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경
㈜나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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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여행시장은 올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두 번이나 치르는 동안 제대로 어깨 한 번 펴보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듯하다.
올 해는 지난해에 이어 SNS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하는 관광청들이 많았다. 2009년부터 시작된 캐나다 관광청의 ‘끗발 원정대’는 올해 5기를 배출, 블로그와 SNS를 통해 여행기를 전파하고 있고, 피지관광청은 지난 4월, SNS 예비서포터즈로 60명의 대학생을 선발해 다양한 미션을 거쳐 최종 우승자 4명을 피지로 초대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관광청과 기업의 협업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영국관광청과 협력해 런던올림픽 관련 애플리케이션인 ‘베스트 오브 브리튼(Best of Britain)’을 공식 출시했다. 베스트 오브 브리튼 앱은 영국관광청이 제공하는 영국의 음식점, 관광지, 엔터테인먼트 등 풍부한 콘텐츠를 담아 영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영국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호주정부관광청은 인터파크투어와 공동으로 호주의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호시탐탐 호주를 탐하라’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한편 지난 6월에는 호주 자유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호·탐원정대’를 모집, 서포터즈를 활용한 SNS 마케팅을 강화했다. 2013년에도 관광청을 비롯한 여행업계 대부분은 이러한 온라인 및 모바일 콘텐츠 활용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필자가 한국 내 홍보를 전담하고 있는 터키의 경우 이와는 다른 행보를 선택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디지털화에 전력할 때, 아날로그 스타일의 종이 출판을 시도해보았다. 온라인 활용을 말하기 전에, 우리가 보유한 콘텐츠를 정리하고 발굴하여 활용도를 높여보자는 의도에서였다. 터키 전문 콘텐츠를 양산, 보급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터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출판업계의 현실을 고려해보면, 참으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래도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응답해주는 독자가 많다는 사실에 우리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그만큼 깊이 있는 콘텐츠에 목말라하는 수요가 많았다는 판단이다. 2006년부터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면서 다른 관광청이나 여행사, 호텔 리조트 등의 홍보를 해왔지만 터키만큼 방대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흔치 않았다. 터키는 발길 닿는 곳마다 신비한 이야기가 가득한 인류문명의 보고다. 다른 나라와 달리 역사적인 기본 지식을 먼저 습득한 후에 떠나야하는 관광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SNS의 단편적인 문장들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신비한 이야기가 가득해 터키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관광지다. 천천히 가더라도 이 길이 향후 터키관광 콘텐츠의 활용에 가속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지난 5월, ‘애플미디어’라는 이름의 출판 브랜드를 설립하고 6월부터 터키 관련 역사교양도서 3권, 터키의 국부 아타튀르크를 제대로 알리자는 마음에서 전기물 1권, 터키에 대한 풍부한 상식이 담겨져 있는 여행에세이집 2권 등 총 6권의 책을 냈다.

터키는 지난 2011년부터 블로그와 페이스북 운영을 시작했지만 공식 홈페이지의 부재와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이벤트는 엄두도 못 내고 지극히 기본적인 운영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담당직원들이 출판서적의 교정을 직접 보면서 먼저 콘텐츠를 파악한 후에 관광청 블로그와 페이스 북 등 SNS 온라인 마케팅을 해보더니 온라인 관리가 훨씬 용이해지고, 콘텐츠 내용의 깊이도 달라진 것 같다는 반응이다. 도서 출판을 활용한 관광 마케팅은 관광청 스스로 인문학적 소양이 깊어지고 많은 공부가 된다는 점과 깊이 있는 콘텐츠에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콘텐츠 활용 전에 콘텐츠 정비가 우선”이라는 믿음을 얻었다. 디지털 콘텐츠와 온라인 활용도 좋지만, 한 번쯤은 관광청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깊이와 활용성을 깊이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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