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행시장을 정리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규모와 경쟁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바운드 시장과 2007년 수준을 뛰어넘은 아웃바운드 시장은 모두 규모의 성장을 이뤄냈지만 치열해진 경쟁으로 호황의 온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텔, 항공, OTA 등 여행업 각 분야에 국내외 자본이 진출하면서 경쟁 구도가 다각화되는 가운데 2013년에는 ‘실속’과 ‘수익성’이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편집자 주>

□인·아웃바운드 최고점 찍다



1. 1,000만 넘어 1,130만 달성

숙원을 이뤘다. 우리나라는 올해 사상 최초로 연간 방한외래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이했다. 지난해 980만명으로 1,000만명 달성을 한걸음 남겨뒀던 아쉬움을 해소함과 동시에 2012년 전체 외래관광객 수는 사상 최고치인 약 1,1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는 전세계적인 한류 열풍, 저비용항공의 확대, 엔고현상, 대형 인센티브 단체 유치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민관이 함께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방문의해위원회’를 조직해 적극적으로 해외마케팅을 전개했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도 있다. 2009년부터 매년 1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인 인바운드 시장의 성장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해결점도 산적해 있다. 고질적인 객실난과 단체 여행객의 식사 불만 등 수용태세 개선이 시급하며 서울과 제주 등 일부 도시에만 집중된 쏠림현상도 지적된다. 동아시아의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제1의 인바운드 시장인 일본 관광객이 올해 9월부터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는 것도 업계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한편, 정체된 일본 시장에 비해 중국 시장의 성장이 도드라졌다. 업계에서는 1~2년 내 중국 인바운드 규모가 일본과 비슷해지거나 추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 해외여행객도 사상 최대 기록

연중 여행업계에 감돌던 ‘위기감’이 무색하게 올해 해외출국자 수는 사상 최고치인 1,357만명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대 호황기였던 2007년 기록인 1,332만명을 뛰어넘는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밀려났던 아웃바운드 시장 세계 20위권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이후 빠르게 회복한 올해 아웃바운드 시장의 성장률은 지난해 1.6%를 상회하는 약 7%로 기록될 전망이다. 양대 홀세일러의 실적을 보면 하나투어의 누적 여행 수요는 올해 11월까지 약 145만명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수요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고 모두투어 역시 비수기와 성수기의 구분 없이 고른 모객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간 대형여행사와는 달리 아웃바운드 성장의 온기가 업계 전체에 고르게 퍼진 것은 아니었다. 모객 수요가 저가 상품으로 편중되거나 기획 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항공과 호텔만을 따로 예약하는 FIT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여행사의 고민은 ‘실속’에 모아졌다. 더 이상 동일한 패턴의 패키지 상품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기획력과 장기적인 비전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3. 인바운드 활황 호텔 사업 ‘붐’

올해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만년 객실난에 시달렸다. 호텔 공급력이 인바운드 시장의 성장 추세와 비례하지 못함으로써 수요 과잉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80~90%를 상회하면서 초호황기를 누렸다. 정부는 올해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관광숙박시설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와 관광호텔 건립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하며 관광호텔 개발을 촉진했다.
지난 11월에는 38층, 434개의 객실 규모의 5성급 호텔인 콘래드서울이 여의도 IFC몰에 들어섰고 동대문종합시장 근처에 메리어트 계열 중 최고급 브랜드인 JW메리어트가 개장을 앞두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도 호텔 사업에 전격 뛰어들었다. 지난 9월 모두투어가 투자한 호텔 아벤트리 종로가 개장했고 이어 11월 하나투어가 합작 투자한 센터마크호텔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인바운드 시장의 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한 급격한 수요 감소로 공급 초과 사태가 빚어지면서 호텔 간의 치열한 영업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 여수엑스포, 해양 복합리조트로 재탄생

세계육상선수권대회, F1 코리아 그랑프리 등 국제적인 빅이벤트가 국내에 속속 개최되면서 인바운드 시장의 활성화와 국내 관광 인지도를 이끌고 있다. 올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던 행사는 5월 개최된 여수엑스포다. 총 2조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여수엑스포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93일 동안 진행됐으며 외국인 40만 명을 포함해 연인원 1,000만 명 이상의 방문을 이끌었다. 특히 중국인 대형 단체의 방문을 유치하며 관광산업 균형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수입액이 당초 예상액 3,8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1,400억원 대에 그쳤다는 점과 부족한 호텔 객실 등 전라남도는 관광객 수용 태세는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남은 과제는 여수엑스포 사업을 일회성 빅이벤트에서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으로 변모시키는 일이다. 정부는 여수박람회 사후 활용 방안을 확정하며 박람회를 위해 갖춰진 크루즈터미널, KTX, 호텔 등 인프라와 수족관, 테마관 등 관람시설을 활용해 해양복합리조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관·엑스포홀 등 컨벤션 기능을 활용해 기후변화·여수선언 등 관련 국제회의 등도 지속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5. KE 수화물 제도 변경, 업계 쟁점으로

KATA 전춘섭 회장이 이달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건물 앞에 등장했다. 대한항공의 수화물 제도 변경 추진건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대한항공이 2013년 1월1일부터 수화물 제도를 기존 무게제에서 1인당 ‘23kg 이내에서 추가 수하물 1개’까지 허용하는 개수제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국제선 수하물 규정을 발표하면서 인바운드 여행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위축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맞섰다. 규정변경 철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항공 측이 최소한 여행사가 유치한 외국인 단체여행객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기존의 무게제(Weight System)를 적용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업계와 변경 규정을 그대로 추진하려는 대한항공과의 갈등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KATA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방문해 인바운드 업계의 입장을 전달하는 등 정치권에 호소하는 한편, ‘대한항공 수하물 제한 철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항공 측은 충분한 유예기간을 뒀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인바운드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본 지역에서 판매된 여행상품 수요에 한해 별도 통보를 내리기 전까지 개수제 일괄 시행을 유예한다고 밝힌 상태다.


■여행업, 국경 없는 전쟁이 도래했다

□ 치열한 하늘길 전쟁, 호텔 영업도 각축전


6. 글로벌 항공사 속속 한국 입성

올해는 유독 굵직한 외항사들이 한국 직항 노선을 개설 한다는 뉴스가 신문 지면에 자주 등장했다. 세계 경제 중심지가 아시아 시장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글로벌 항공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활성화되고 있다. 물꼬를 튼 것은 영국항공이다. 런던-김포 노선에 취항해 오다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덮친 1998년 단항했던 영국항공(BA)은 14년 만에 복항을 결정하고 12월2일 인천-히드로 노선에 첫 운항을 개시했다. 공격적인 판매 정책을 전개한 영국항공은 FIT와 상용수요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메리칸항공(AA) 또한 내년 5월9일부터 인천과 댈러스(포트워스)를 직항으로 매일 연결한다. 금번 취항 계획은 아메리칸항공이 국내와 미국 허브 공항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최초로 제공하는 것이어서 그 파급효과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적사가 속해 있는 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에 비해 사실상 활동이 전무했던 원월드의 한국 내 입지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원월드를 대표하는 양대 항공사 영국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이 연달아 취항함에 따라 일본항공, 캐세이패시픽, 핀에어 등 원월드 항공사와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7. 해외 LCC·OTA 가파른 성장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계 LCC(Low Cost Carrier)와 해외 OTA(Online Travel Agency)의 등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한-일 항공노선에는 일본계열 LCC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대형항공사 및 국적 LCC와의 경쟁을 이어갔다. 일본계 LCC 중 가장 먼저 한국에 진출한 피치항공은 인천-오사카 노선 운항을 개시했고 스타플라이어항공은 부산-기타규슈, 에어아시아재팬은 인천-나리타, 부산-나리타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동북아 내 LCC간 경쟁은 여행시장 판도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LCC의 득세가 주요 국적사의 연합 상품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한편 ANA그룹은 사업 환경 악화를 이유로 내년부터 인천-나리타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주, 유럽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호텔 예약 전문 사이트, 즉 OTA들이 국내에 상륙한 뒤 호텔 예약 시장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미국계 여행사인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의 자회사인 아고다(Agoda), 그리고 익스피디아(Expedia)는 한국어 사이트를 오픈하고 B2C 판매를 활성화하는 것 외에도 국내 여행사와의 제휴 사업을 확대하며 B2B 영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토종 기업들이 변화와 투자를 미루면 공격적인 판매 정책을 쓰는 외국계 여행기업에 주도권을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8. 무의미해진 양국적사 ‘불가침 조약’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경쟁이 부쩍 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만 해도 오키나와에 진에어가 취항을 준비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20년 텃밭 노선을 방어하기 위해 공급 증대로 맞섰다. 동시에 대한항공의 주노선인 치토세 노선에 정규편 투입을 검토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대한항공이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치앙마이에 아시아나항공이 전세기를 운항하기로 결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양사의 암묵적인 동의가 깨진 상황을 기싸움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노선을 확장하고 있는 LCC가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면서 대형항공사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LCC 운항이 활발한 방콕에서 고전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클락 노선에서 LCC의 공세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9월 괌에 취항하며 대한항공 독점 구도를 깨뜨리고 내년 사이판 취항을 준비하며 아시아나항공에도 도전장을 던진다. 때문에 대형항공사들은 저비용항공사와 출혈경쟁보다는 중장거리 노선을 확보 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하와이 노선에 매일 취항으로 증편했으며 대한항공은 케냐 나이로비 정규편 취항과 크로아티아 전세기 등을 통해 신규 수요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 2012년, 치열했던 여행업 현장

9. 각양각색 여행사의 생존 전략

업계의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는 가운데 여행사들은 각자의 생존법을 찾는 데 골몰했다. 노랑풍선과 참좋은여행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구며 매출실적으로 하나투어, 모두투어를 긴장시킬 정도였다. 롯데관광과 자유투어 등 중위권 직판 패키지 여행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는 사이 노랑풍선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맨파워를 끌어 올렸고 참좋은여행은 전자 결재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직접판매와 간접판매를 겸업하던 한진관광은 전면 홀세일로 영업 방향 전환을 예고하며 해법을 모색했다. 대리점 판매를 3년 안에 90% 이상까지 늘릴 계획으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이은 제3의 홀세일러를 선언했다. 직판여행사 중 후발주자인 롯데JTB는 모두투어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했다. 모두투어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급하고 롯데그룹은 방대한 유통망을 판매 채널로 제공한다는 데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티앤아이여행그룹(BT&I)이 SM엔터테인먼트에 전격 인수되면서 한류 콘텐츠와 여행사업을 연계하는 에스엠컬처앤콘텐츠(SM C&C)로 재탄생했다는 소식도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10. 대선만큼 뜨거웠던 협회 선거전

올해 11월은 업계 전체가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3대 관광단체의 협회장 선거가 모두 치러지면서 대선만큼 치열한 승부가 연출되기도 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차기회장 선거전은 복수 후보의 경합으로 치러져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전춘섭 현 KATA 회장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제8대 KATA 회장선거는 투어2000 양무승 사장과 아주여행 손제계 대표의 대결로 좁혀졌으며 양무승 사장이 25표 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난 선거에 이어 두 번째로 출마해 재수에 성공한 양 당선자는 중화권 가이드 부족, 인바운드 업계의 부가세 환급, 대한항공 수화물 제도 개정 등의 해결 과제가 산적한 시점에서 여행업계의 통합과 결집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여행업법 입법을 추진에 만전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관광협회중앙회(KTA) 차기 회장 선거는 단독 입후보한 남상만 회장의 연임이 의결됐고 남 회장은 주요 추진 공약으로 한국관광공사 건물 인수 등을 제시했다. 남상만 회장은 서울시관광협회 회장직 3선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