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섭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지난해 세밑 분위기로 어수선하던 중에 영화 <레미제라블>을 감상하게 된 건 행운이었다. 원래 대사를 노래로 하는 뮤지컬에는 큰 흥미가 없어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시작 후 단 십분 만에 영화에 몰입되고 말았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6년여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장발장’이란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다. 이렇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토리임에도 배우들의 명연기와 애절한 노래,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애와 민중의 분노가 잘 어우러져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더구나 이 영화는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송 스루’(Song through)라는 생소한 기법을 채택했음에도 원작의 맛과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모든 배우들은 명연기를 펼쳤고, 골든글로브상 3개 부문을 석권한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영일 영화평론가의 말이 기억난다. 영화가 재미 있는지 지루한지는 관람 중 손목시계를 몇 번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이런 관점에서 보면 레미제라블은 거의 완벽하다. 160분이란 긴 상영시간에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채 숨죽이고 있다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감동의 눈물과 함께 크레딧을 한동안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빅토르 위고는 누구인가? 프랑스 대혁명 이후인 1802년 나폴레옹 휘하의 장군의 아들로 태어나 화가이기도 했고 정치가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자유와 정의를 신봉하는 사상가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84세까지 장수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대 서사시인 레미제라블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가 생을 마감하던 1885년 국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 수많은 파리시민들이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할 정도였다니 당시 그의 명성이 짐작이 간다. 혁명의 시대에 태어나 민중의 고단한 삶에는 연민을,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에는 한없는 분노를 표출한 그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 뮤지컬영화가 16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을 160분으로 시간을 압축해 감동을 담아내는 데에 성공한 건 제작진의 도전정신과 열정이 없인 불가능했으리라 본다. 고객의 감동을 얘기하자면 우리 여행업계도 빼놓을 수 없다. 무형의 재화를 내놓아 고객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성패가 갈리는 드라마틱하고 위험한 현장이 바로 우리 업계다. 또한 고객의 칭찬과 격려 없는 여행서비스란 말은 공허하기까지 하다. 2013년은 지난 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게 연초부터 체감이 된다. 외부적으로는 3월에 들어설 신정부가 얼마나 경기부양과 내수진작에 힘을 쏟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결국은 우리의 역량에 달렸다. 영화 레미제라블과 같이 뻔히 아는 스토리를 가지고도 사람을 웃고 울리는 그 재주, 바로 우리가 찾던 것이 아닌가.

괴테가 말했다. 남의 마음을 얻으려면 아랫사람이 되라고. 위의 말과 상충되는 것 같지만 제갈량이 남만국을 정벌하며 적장을 칠종칠금(일곱번 잡은 후 일곱번 놓아주다) 했다는 말도 있다. 전문성으로 무장한다면 어떠한 고객도 나의 손님으로 만들 수 있고 겸손을 익히면 언제든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뜻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이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애틋한 부정에 눈물을 보인 부모들도 있었을 것이고 젊은 연인의 애달픈 사랑에 마음 아파한 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바리케이드로 상징되는 국가권력 앞에 힘없이 스러져가는 민중에 감정이입이 된 이도 많은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이 하나같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혁명의 현장에서 외쳐 부른 ‘Do you hear the people sing?’ 과 영화의 마지막에 장발장이 숨을 거두며 판틴, 코제트과 함께 부르는 피날레곡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미혼모 판틴이 절규하며 부른 ‘I dreamed a dream’도 영혼을 울리는 명곡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오늘도 영화에 나오는 서른일곱 곡의 주옥 같은 노래들을 스마트폰의 여러 앱을 통해 어렵사리 다운로드 받고 있다. 감동은 내게 기분 좋은 전염병이니까….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