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프로맥파트너십 이사
akim@promackorea.co.kr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가 지난해 마침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자신감을 얻은 우리나라는 이제 목표를 2020년 2,000만명으로 잡고 관광 홍보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1,000만명을 달성한 우리는 이제 관광객 개개인을 재방문자로 만들기 위해 여행객의 만족도를 제고해야할 시점이다. 실제로 많은 관광 대국들도 어떻게 재방문객을 창출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관광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외국인들에게서 호텔 내 인터넷과 에어컨 환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은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 호텔에 투숙하면 인터넷 강국임을 실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즘 외국의 호텔에서는 투숙객들에게는 숙박 기간 내내 추가 요금 없이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하도록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다수 특급호텔은 숙박비와는 별도의 인터넷 사용료를 징수한다. 지난해 전세계 관광 전문가들의 모임인 Skal 세계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당시, 해외 참가자들은 서울의 주요 호텔에서 숙박비 이외에 추가로 비싼 인터넷 비용을 내야 하는 것에 대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유료인터넷이 객실 내에서만 가능하고, 같은 호텔 내에 행사장으로 이동했더니 바로 차단되었다. 행사장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요금을 추가로 내야한다는 호텔의 설명이다.

당연히 수많은 외국 참석자들은 한국인 진행자와 마주치기만 하면 이런 사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나도 강력한 항의에 호텔도 결국에는 인터넷 신청 한 번으로 객실과 행사장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미 참석자들의 감정이 상한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행사 종료 후에 받은 행사에 관한 설문에서 ‘한국에서의 가장 불편한 점’과 ‘개선해야할 사항’으로 호텔 내 비싸고 불편한 유료 인터넷을 꼽았다. 우리나라보다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도 객실 손님들에게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인터넷 강국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호텔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외치는 정부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하고 호텔에 일임하는 눈치다.

역시 지난해 10월 초에 Skal 행사 차 서울에 있는 특2급 호텔에 투숙했던 참석자들이 행사 이틀째에 단체로 호텔을 옮긴 이유가 바로 에어컨 때문이었다. 기온이 높았던 투숙 첫날 객실 내 더위를 이기지 못해서 호텔에 에어컨을 틀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호텔은 9월부터는 전기 절약이라는 정부 시책 때문에 국내 모든 호텔이 에어컨을 가동할 수 없다는 답변만 계속했고, 일행 모두 그나마 시원한 호텔 로비에서 밤을 새웠다. 그리고 다음날 이들의 강력한 항의에 다음날 끝내 다른 특급 호텔로 옮겨줄 수밖에 없었다. 옮긴 호텔 역시 정부의 이런 정책을 시행해야 하지만, 손님 서비스를 위해서 일단 에어컨을 가동하고 대신 정부에 벌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투숙객과 정부 방침을 모두 들어줘야 하는 호텔의 고육지책이다. 사람들에게 호텔 에어컨을 아예 꺼버리고 그냥 참으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여행오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숙박시설은 관광산업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기간산업이고 그 나라 관광산업의 수준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이런 저런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인터넷과 에어컨을 꺼버리고 더위와 싸우면서 밤을 지내라고 요구하는 호텔쯤이야 해외 여행객 유치에 별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당신이라면 그런 불만을 호소하는 고객에게 다시 그곳에 가보라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겠는가? 2,000만 관광객 유치에 맞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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