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진
코스모진관광학원 원장
dosa3141@cosmojin.com

여행도 이야기를 입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방한 외국인의 수가 지난해 1,000만명을 넘었다. 10년 전 50만명에 그쳤던 주한 외국인 역시 120만명을 훨씬 웃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숫자놀이에 빠져 ‘본질’을 놓친다면, 한국관광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급격한 양적 성장에 힘입어 ‘관광대국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달 중국의 춘절 연휴기간 중 10만명에 가까운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국경절 기간에 입국한 중국인들은 대부분 관광보다 ‘쇼핑’이 목적인 패키지관광객들이었다. 그들은 저렴한 관광 상품으로 입국해 수백만원 이상을 쇼핑에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기존의 저급 패키지 상품에 중국인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런 불만이 쌓인다면 관광산업의 미래는 없다.

입국 목적을 떠나 국내를 찾는 외국인이 만족하고 떠날 수 있는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적극적으로 수용태세를 정비하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외국인이 입국하고 출국하기까지 모든 제반 상황을 배려하는 세심함을 보이고, 따뜻한 정을 보여줄 때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외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파악하는 배려에서 시작된다. 문화, 종교, 개성 등을 고려한 상품과 일정이 외국인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다. 또한 고유 문화재를 활용해 관광객의 눈과 귀를 끌 수 있게 치장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야기를 입히는 콘텐츠 개발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해외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미국의 초콜릿 제조사인 허쉬는 100년 전 직원들의 숙소를 세웠던 마을에 박물관, 공장, 테마파크가 어우러진 허쉬 마을을 만들었다. 거리이름도 초콜릿, 코코아 등으로 이름 지어 재미를 줬고, 심지어 가로등 모양마저 허쉬의 대표상품인 키세스 초콜릿 모양으로 만들어 과거 주민 2만명 남짓 했던 마을을 이제는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인기 명소로 둔갑시켰다. 최근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 관광콘텐츠가 관광상품과 잘 조합 된다면, 전통과 현대의 모습을 가진 가장 차별화된 한국관광상품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는 현재 관광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제 조건이 아닌, 가격 경쟁 이후의 문제다. 질 높은 상품은 보이지 않고, 그저 팔기 위한 저가 상품만이 넘쳐나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 영세여행사 입장에선 가격 경쟁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선 국가의 제도적인 지원이 늘어나야 할 것이며 제대로 된 프리미엄 가이드 양성도 절실하다. 여행사 스스로도 외국인을 마음으로 맞이해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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