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복
신발끈여행사 대표
youngbokjang@gmail.com

1988년, 대학교 2학년 시절에 호주 시드니의 프랭클린 슈퍼마켓에서 카트를 수거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머물던 아파트는 맨리(Manly)라는 바닷가지역에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가 조망하지 못하는 아파트보다 무려 3배나 비싸다는 것이었다. 당시 전망(View)의 개념이 없던 나에게는 생소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시간이 지나 IMF가 끝날 무렵인 2000년도에 한강변의 전망 좋은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도 전망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게 되면서 그 아파트는 몇 배의 가격이 됐다.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자들끼리 서로 양질의 정보를 교환하는데 여행뿐 아니라 문화, 주거, 결혼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내가 만난 2명의 여행자도 내게 잊지 못할 조언을 해줬다. 그 중 한 명은 30대 중국 여성으로 미국인 남편과 함께 연희동에 거주했었다. 그 분은 “중국 사람은 집을 살 때 땅과 하늘, 건물을 함께 산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사람은 공간(아파트)만 사는데도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 공감한 나는 6년 전 연희동에 조그만 주택을 구입했다. 평당 가격이 당시 강남아파트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이었고, 아파트 전용면적과 주택 공간을 비교하면 같은 가격에 7배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었다. 덤으로 전용 주차공간과 앞마당, 창고, 태닝이 가능한 지붕, 그리고 땅과 하늘,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에 얼굴 붉힐 일없는 나만의 세상이었다. 몇 년 후 우리나라 사람들도 주거에 대한 생각이 변화되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추락하고 단독주택 가격은 폭등했다.

나는 부동산 업자도,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던 사람도 아니다. 투자용으로 딱지를 구입해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한참 공놀이에 물오른 아들과 애완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먹고 자고 대화하고, 오로지 내게 필요한 일상적인 요소에만 집중해 집을 선택한 것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여행경험이 좀 더 합리적인 생각을 갖게 해줬고 건설업자, 부동산업자, 언론, 정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소신에 따른 이익을 얻은 셈이다.

또 다른 잊지 못할 조언을 해준 여행자는 호주 여행 중 만난 중년의 일본인이었다. 그는 사무실을 포함한 부동산을 구입할 때 필요한 3가지 절대원칙을 알려줬는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모두 Location(위치)이라고 강조했다. 이 조언이 유용하게 쓰인 것은 지금의 신발끈 여행사 사무실 건물을 매입할 때였다. 1997년에는 여행전문서점과 여행카페를 운영했던 건물이 매각되면서 1년 만에 문을 닫은 쓰라린 경험이 있었고, 2004년에는 회사 사무실이 있던 건물의 매각으로 6개월 이내에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렇기에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 조그만 상가 주택을 은행대출과 함께 매입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 때 일본 친구가 조언한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며 홍대 앞 2차선 도로에 있는 조그만 상가주택을 구입했다. 홍대 앞은 서울의 광화문, 종로지역, 강남 지역과 함께 세계적인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에도 항상 소개되는 장소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 홍대 앞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동인구가 형성됐다. 금요일이면 홍대역 9번 출구에 긴 줄이 설 정도로 붐빈다. 론리플래닛과 일본인 친구의 조언이 홍대 중심상권에 멋진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엘빈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도 아니고,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업자도 아니다. 그러나 여행은 내게 웬만한 부동산업자 이상의 혜안을 주었고, 수많은 건축물을 보면서 나름의 식견을 갖추게 해줬다. 배낭여행을 통해 절약을, 제3세계 국가를 여행하면서 배려를, 세계의 많은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배웠다. 20년 이상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이 10% 이하라고 한다.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시작한 회사를 22년째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대학교육보다 여행경험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행은 내게 집뿐만 아니라 멋있는 생활, 사랑하는 아내도 만나게 해줬다. 비결을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배낭을 메고 지금 여행을 떠나세요' 라고.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