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경
㈜나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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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의 취임 이후 관공서는 물론 각 기업체마다 ‘여성임원 모시기’ 경쟁이 한창이다.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리고 싶어도 임원직을 수행할 만한 능력과 경력을 가진 여성인재풀이 많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연 그럴까? 현실에서는 의외로 남성 중심의 승진체계에 상처입고 체념한 능력있는 여성들이 훨씬 많은데 인재의 기준은 무엇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3%로 남성보다 높지만 30대 여성의 경우 56%로 남성(93%)에 비해 40%포인트 가까이 낮고 40대는 더욱 낮아진다. 최근 국내 굴지의 한 백화점은 30대 여성 인재가 승진을 하고 나면 퇴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과장급 여성 비율을 높이면서 여성의 퇴직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백화점의 경우 여상 과장 비율이 2010년 9%에서 지난해에는 20%로 두 배가 넘었고 1999년 5%에 불과했던 여성 신입사원 비중은 지난해 58%로 처음으로 남성을 추월했다고 자랑한다.

워킹맘 비율이 직원의 27%에 이른다는 A 화장품 회사는 직장 내 보육시설과 여성휴게실, 자율 출퇴근제 등 30대 여성 인력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여성 리더 육성용 교육·경력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한 이후 출산 휴가 후 100% 복직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대형 마트 중 한 곳은 육아휴직을 만 6세 미만 자녀를 둔 임직원으로 확대하고 근무시간을 주 15~30시간으로 단축함으로서 여성 중간 간부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아직 요원한 현실인 것 같다. “일을 놓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출산이 겁난다”는 20~30대 젊은 여직원들 얘기와 “갓 결혼한 여직원들을 키우기가 겁난다”는 여행사 사장님들의 얘기가 동시에 들려왔다. 여행사 여직원의 월급이 뻔 한데 받는 금액의 대부분을 써 가면서 육아를 맡긴다 해도 믿을만한 데를 찾기도 어렵고 요즘은 양가 할머니들도 손주보기를 기피하기 때문에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워킹맘들의 푸념이다. 반면 출산 후 육아휴직을 주면 복직하는 경우가 20% 미만인데 그 직원을 위해 공들인 사장님들은 또 다시 새로운 직원을 발굴해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승진을 시키는 것도 만만찮다고 하소연이다.

워킹맘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계속 쌓고 싶은 여직원이라면 출산 전에 이미 직장에서 언제든 찾을 수밖에 없는 꼭 필요한 인재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켜둘 필요가 있다. 이처럼 일 잘하는 기혼여성을 직원으로 둔 사장님이라면 재택이나 탄력 근무시간제 등을 통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육아와 함께 업무 능률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 이상의 월급과 직급으로 보상을 해주기는 경영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업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겠지만, 아이들 양육비나 교통비, 그밖에 일과 관련된 비용을 처리하고 나서도 재정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우리 여행업계의 연봉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시댁 식구들이나 남편으로부터 “그 월급 내가 줄테니까 차라리 집에서 얘나 잘 봐”라는 말을 듣지 않을 만큼만 주어진다면 다행이겠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여행사들이 그 정도를 묵인하면서 보장해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현실 앞에 꿈을 접고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을 내조하는 데에 평생을 바쳐온 여성들조차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예전에 자신이 일하던 때를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성들의 자신감은 반비례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꿈과 야망을 가진 여성이라면 출산을 계획할 때 남편과 함께 차분히 육아문제를 논의하고 최대한 빨리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현명한 여성들이 많아지면 여행업계도 그만큼 더 안정된 중간 간부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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