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kata@kata.or.kr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개발한 ‘BCG 매트릭스’는 기업 포트폴리오 전략수립의 핵심 기법이다. 이를 여행시장에 적용해 보면 일본 인바운드 부문은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은 ‘캐시카우(Cash Cow)’라고 볼 수 있다. '금송아지'인 셈이다. 고급호텔 및 가이드 이용 등 여행사를 통해 입국하는 일본인 패키지 관광객의 소비행태를 고려하면 여행수입 창출원으로서 일본 인바운드 시장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작년에 사상 최초로 1,100만명의 외국인 여행객을 유치했다는 정부의 발표에 많은 사람이 들떠 있을 때, 한국여행시장의 자금원천 즉, ‘금송아지’인 일본 인바운드 시장은 이미 중증 질환에 걸려 있었다. 작년 하반기 독도 영유권 및 일왕 관련 발언으로 촉발된 한·일간 갈등으로 인해 일본에서 한국여행상품 광고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일본 인바운드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작년 10월부터 전년동기대비 20%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집계한 회원 여행사의 일본인 여행객 유치 통계 역시 전년동월대비 10월 31%, 11월 33%, 12월 41%, 2013년 1월 40% 하락이라는 암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 인바운드 시장의 급락은 곧바로 일본 인바운드 업계의 경영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KATA의 조사에 의하면 종사자 30인 이상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 9곳 중 5곳이 임원 50% 정리해고, 과장급 이상 무급휴가, 직원 20% 급료삭감 등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10인 이상 30인 미만인 업체 10곳 중 6곳은 일본 사무소 폐쇄, 임직원 무급휴가, 급료삭감, 인원 30% 축소 등의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다. 시장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아직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있는 업체들도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한·일 관계개선을 통한 일본 인바운드 시장의 정상화가 늦어지면 일본 인바운드 업계의 구조조정과 파산에 의한 대량실직사태가 불가피하다. 여행사는 여행시장 유통망의 중심에 있다. 여행사가 외국인 여행객을 유치해야 호텔, 전세버스, 외국인전용기념품점, 관광통역안내사, 명동 외국인 밀집상가 등이 함께 여행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여행업계의 감원열풍은 일본인 여행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관련 업계로 급속히 확산될 것이며, 이는 대학생의 취업기회 상실로 이어져 청년실업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다. 현 상황은 199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제위기 속에서 이슬처럼 사라져 간 많은 여행사와 업계 종사자의 대량 실직사태를 상기시킨다.

방한 외국인 여행객 총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여행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여행산업의 주요 수익원인 일본 인바운드 시장을 대체할 만한 고객창출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본 인바운드 여행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KATA도 올해 제8대 회장단이 출범하면서 심각한 일본 인바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일본여행업협회(JATA) 회장단과 일본에서 만나 한·일간 민간 관광교류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일본 규슈 지역과도 민간 관광교류를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는 등 일본 인바운드 업계를 돕기 위한 협회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업계와 협회의 노력만으로 현재의 난국을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행산업은 한·일 양국관계를 다루는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민간기업과 협력해 만들어가는 융·복합 산업이다. 정부부처와 민간기업이 여행산업이라는 산업생태계를 형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한 번 파괴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려면 몇 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듯이, 한 번 파괴된 산업생태계를 복구하려면 몇 배의 비용이 소요된다. 완전히 복구된다는 보장도 없다.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재의 산업생태계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를 파악하고, 기존의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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