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섭
위투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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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대 말 <굿모닝 대통령>이란 영화가 있었다. 대통령의 꿈을 가진 한 철부지 여대생이 등록금을 털어 유럽 배낭여행길에 나선다는 것이 줄거리였다. 당시론 파격적이라 여겨지는 유럽여행을 소재로 했고 여성이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황당한 인물 설정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화제작 반열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지난 해 12월 대한민국 수립 이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여야 어느 쪽에도 특별히 속하지 않은 나였지만 투표일 저녁 TV출구조사 발표를 예고하는 카운트다운을 보며 흥분을 가누지 못했던 게 바로 엊그제 같다. 지구촌의 수많은 나라 중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민주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도 있듯이 여성대통령이 탄생될 토양은 이미 마련돼 있었지 않나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두 달이 가까워 온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의욕에 찬 청사진과 포부를 국민에게 밝혔지만 체감하기에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정치평론가들 말대로 적어도 100일쯤은 지나야 제대로 된 국정운영 평가를 내릴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취임 후 행한 국무총리와 장관임명 등에서 나타난 인사실패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나라를 지킬 장수라면 어떤 사람이 제일 적임자일까라는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아마도 용맹함과 지략이 뛰어나 적이 제일 두려워하는 인물이 최우선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전임 대통령이 임명하긴 했지만 기백 있는 말과 행동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아 오던 현 국방장관만한 인물이 또 있을까?

국방장관도 정권이 바뀌면 자동으로 교체돼야 한다는 논리에 선뜻 수긍하기 어렵고 국정철학이란 잣대를 그 자리에 들이대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애국심과 정직성이 결여된 신임장관 후보자를 밀다가 안되니 방까지 뺀 전 장관을 현 장관으로 다시 임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문제도 희극에 가까웠다. 로펌에 근무하며 100억대가 넘는 부를 축적하고 역외탈세 의혹까지 받는 이가 서민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위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역할을 맡아주리란 건 애초에 무리였다. 그러니 어떤 개그맨이 이는 보신탕협회회장이 애견가협회회장을 맡는 격이라고 일갈하지 않았던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정부 부처 이름이 바뀌는 것도 참 이상하다. 있던 부처를 없애거나 이름을 바꿔 신장개업(?)하니 그 비용이 아깝고,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니 전문성도 부족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절로 나오는 한편 외국에도 이런 예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 우리의 경제는 말 그대로 죽을 쑤고 있다. 2013년이 시작된 지 몇 달 안돼 경제성장율을 5% 내려 2.3%로 하향조정했고 일본의 아베 정부는 ‘잃어버린 20년’의 한풀이라도 하듯 강력한 엔저 드라이브로 우리나라의 전략 수출품목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북으로부터의 미사일과 핵 위협은 한국을 안전하지 않은 나라로 보이도록 해 해외여행자들의 한국 방문을 취소하게 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있다. 밖에서 보면 사태가 더욱 위중해 보이는 까닭에 지난 3주 동안 외국의 지인들로부터 안부 메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한 전쟁은 절대 없다는 수사적인 말로 답을 대신하긴 했지만….

나는 믿는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전생에 죄지은 사람만 한다고. 그렇게 많은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이 지구촌에서 가장 성질 급하고 교육열 높고 많이 일하는 우리는 참 별난 민족이다. 그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대통령은 거의 실현시키기 어려운 공약을 한 셈이니 딱한 생각마저 든다. 아무튼 건투를 빌며 경기회복과 일자리창출에 매진하는 대통령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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