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맛을 트집 잡기 시작해 결국 승무원을 폭행한 대기업 임원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지난 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 일지로 보이는 당시 상황이 뿌려지더니 해당 임원의 사진과 신상까지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네티즌들은 각종 패러디로 해당 임원을 조롱하고 언론은 이를 다시 보도하며 사건은 빠르게 퍼져갔고 포스코에너지는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도 이미지에 상처를 입었다.

일련의 소동은 소위 ‘라면 상무’가 결국 사표를 내며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고작 ‘라면’과 어렵게 오른 대기업 임원 자리를 맞바꾼 셈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외 토픽에 나올법한 해프닝이라고 웃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조금만 따져보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적항공사의 서비스는 참 각별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종 수상 소식 등을 내세우며 얼마나 서비스가 훌륭한지 자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보지 못한 이들의 눈물과 억울함도 가득하다.

승객에게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싶으면 우리나라 승무원은 바로 무릎을 꿇는다. 긴 이야기를 하거나 면세품을 판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에서 말하는 ‘눈높이 자세’다. 때문에 간혹 비행이 끝나고 보면 무릎에 멍이 들어있기도 하다. 항공사에서는 가급적 일이 커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승무원 얼굴에 주스를 뿌리는가 하면 술 취한 승객과의 실랑이도 종종 발생한다. 듣고 있으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서비스업인 여행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들어 블랙 컨슈머도 늘어나면서 이를 상대하는 여행사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생선을 먹다 가시가 목에 걸렸다며 보상을 요구하기도 하고, 가이드나 TC를 개인 비서처럼 부리려는 사람도 많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트집을 잡기 위해 여행을 온 것처럼 진상을 부리는 여행객의 이야기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을 만날 때마다 직원은 힘이 빠지고 자신의 직업에 애정을 잃는다.

한 때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식당에도 상점에도 자랑스럽게 표어를 붙여놓기도 했다. 소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이를 오늘날에도 곧이곧대로 적용하겠다는 경영자나 실제로 왕 노릇을 해야겠다는 소비자가 있다면 시쳇말로 ‘오버’다. 리더십과 관련한 조언 중에는 당신에게는 깎듯하지만 식당종업원이나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무례한 사람을 조심하라는 ‘웨이터 룰’이 있다. 소비자도 지나치게 권리를 주장해서는 안되지만 회사도 직원에게 서비스업이니 어쩔 수 없다며 무조건 ‘굽신굽신’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승무원 출신의 한 지인은 ‘A임원이 이번에 승무원을 때린 것이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도 했다. 만약 안때렸으면 ‘비행 내내 마음 졸이다가 오늘 진상 한 명 탔네’ 하고는 그냥 아무 일도 아닌 채 끝났을 일이라는 것이다. 회사가 직원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직원도 회사에 마음을 다하기가 어렵다.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업은 더욱 그렇다. 직원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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