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로얄캐리비안크루즈
알라모렌터카 한국사무소 대표
jmlee@tourmktg.co.kr

1991년 가을 신입사원으로 모두투어에 입사했다. 교육을 마치고 수배과에 배치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수로부터 텔렉스(Telex, 인쇄 전신 교환장치) 사용법을 교육받았다. 당시 모 방송 9시 뉴스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로 ‘타타~타타닥’ 텔렉스 소리를 듣던 기억이 난다. 그때 모두투어는 남미, 아프리카 등 특수지역 행사로 명성을 떨치며 일부 지역 수배는 텔렉스를 이용했다. 이후 팩스 이용이 대중화되면서 텔렉스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컴퓨터 워드로 수배신청서를 출력해 팩스로 보내는 방식이 대세가 됐다.

이 후 항공팀으로 자리를 옮겨 양 국적사의 항공 예약 시스템으로 예약 업무를 진행하며 항공 예약 CRS를 사용했다. 당시 남미 등 이원 구간의 일부 항공사는 국적 시스템에서 조회 및 예약에 제한이 있어 애바카스, 세이버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같은 복잡한 예약 시스템은 해외 여행객이 여행사를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항공, 호텔 등의 실시간 조회, 예약은 여행 전문가를 통해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1996년 하나투어로 자리를 옮긴 후 FIT 호텔 상품 기획 업무를 맡았다. 기존 항공 예약 CRS 기능에서 확대된 GDS를 호텔 예약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군판 및 기업출장전문 여행사들만 제한적으로 월드스팬, 세이버, 갈릴레오, 아마데우스와 같은 GDS로 호텔 예약을 진행했다.

1997년 미국의 FIT 호텔 판매 기획을 위해 뉴욕의 인바운드 여행사 본사를 방문했더니 GDS가 아닌 도스(DOS) 기반의 자체 시스템을 개발해 홀세일로 호텔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 여행사는 B2B 판매 방식을 취했는데 이는 기존 GDS 체재를 탈피해 여행사를 통해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요금과 편리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한국에선 낯선 방식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전세계 호텔을 판매하는 유수 업체의 효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1998년 알라모렌터카의 한국 총판 계약을 체결하면서 GDS 중 하나인 월드스팬을 이용해 렌터카도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게 됐다. 암트랙과 더불어 1999년에는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GSA를 계약하면서 크루즈 역시 GDS로 실시간 예약을 할 수 있었다. GDS를 이용해 항공, 호텔, 렌터카, 크루즈, 철도를 모두 실시간 예약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90년대 말, 2000년 초반에는 GDS 성장의 주체를 이루었던 항공사를 비롯해 렌터카, 크루즈, 호텔 체인 등 유수의 여행 기업들이 IT 기술의 발전으로 자체 시스템 구축을 통한 비용 절감과 더불어 GDS 업체에 구속되지 않는 차별화된 마케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많은 개별 예약 시스템 역시 여행객 입장에서는 기존의 GDS 기반의 여러 공급업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서비스로 인식되었다. 그 결과, 직판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한 익스피디아, 트래블로시티 등과 또 다른 형태의 GDS인 OTA(Online Travel Agency)의 출현을 낫게 되었다.

더불어 유수의 여행기업은 자체시스템 기반의 B2B용 XML API를 구축해 전세계 호텔을 효율적으로 판매하고, 개별여행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시대가 됐다. 투어마케팅코리아도 2008년과 2010년 각각 한국 고객에게 적합한 한국어 버전의 알라모 렌터카,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의 XML API 사이트를 개발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20여년간 기술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이뤄졌다. 그룹에서 개별 여행으로, 또한 숙련된 전문직원만이 소화할 수 있었던 방식에서 웹 기반의 편리한 직판 시스템으로 변화해 온 것이다. 고객은 물론 여행업계 스스로도 필요성을 느끼고 진화해온 것이라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업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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