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고 싶다’ 말만 해도 호텔 골라주는 시대 열릴 것”

-익스피디아와 별도의 R&D 직원만 100여명
-호텔 객실뿐 아니라 콘텐츠, 기술까지 제공
-빅데이터 활용한 마케팅이 미래 경쟁력

익스피디아의 계열사인 EAN은 익스피디아의 호텔 인벤토리를 여행사에 제공하는 업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EAN은 호텔 공급업체, 여행사, 홀세일러가 아닌 기술 전문 업체, IT 회사로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영업 못지않게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EAN 이챈 플레처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지난 10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플레처 CTO는 개발자답게 당장의 영업 실적보다는 IT 기술이 접목된 여행산업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한국을 찾은 목적은.
EAN의 최고기술경영자로 부임한 뒤, 아시아 국가들의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EAN의 비전을 전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싱가포르, 호주까지 5개국을 함께 방문하는 일정이다.

-EAN이 한국에서 잘 안착하고 있는 비결은.
EAN은 호텔을 공급할 뿐 아니라 서비스팀에서 B2B 파트너만을 위해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 여행사나 제휴업체가 가지고 있는 그들의 기술력을 활용해 더 나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경쟁력 있는 호텔 요금과 지리적인 정보, 트립어드바이저의 리뷰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런 부가적인 기술 공급에 있어서는 어떤 경쟁사보다도 EAN이 앞선다고 자신한다.

-EAN은 가용 호텔 객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술적인 부분과 관련이 돼 있는 건가?
EAN은 익스피디아가 계약한 호텔 인벤토리를 제휴사에 공급한다. 그러므로 이런 부분은 익스피디아의 막강한 영업력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AN은 한국에서 이미 규모 있는 상당수 여행사들과 제휴를 맺었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EAN의 매출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휴사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여행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제공해주는 것 또한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소비자들은 여행을 결정할 때 가격만 고려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EAN은 제휴사들이 효과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기존 제휴사들 외에도 참신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도 많이 등장할 것이다. 이런 회사들과 기술 제휴를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회사인 익스피디아를 포함한 해외 OTA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한국의 많은 토종 여행사들이 위축되고 있다. 결국 잠재적 파트너들을 잃게 되는 것 아닌가?
돈을 많이 쓴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돈을 효과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한국 토종 업체들에게도 기회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EAN이 다른 B2B 공급업체와 달리 파트너를 도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EAN은 익스피디아가 20년 이상 축적해온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것들을 바탕으로 각 고객의 성향에 맞는 정확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시에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여행객에게 단지 호텔 하나만 판매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행 중, 여행 후 고객의 피드백을 정확히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온라인 여행사는 웹사이트 그 자체로 고객에게 재미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도시를 고르고, 여행 날짜를 선택하는 식의 보편적 사이트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한국 OTA는 다양한 공급업체(멀티 서플라이어))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도 EAN의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나?
다양한 공급업체를 이용할 경우, 일부 제약이 있겠지만 EAN은 보유한 기술 중 필요한 것만을 취사 선택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오픈 소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또한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제휴사가 더 좋은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런 점에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필요한 기술만을 취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다. EAN은 지도를 기반으로 자신이 설정한 지역 내 호텔만을 검색할 수 있는 ‘폴리곤 검색(Polygon Search)’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향후에는 이러한 기술도 얼마든지 멀티 서플라이어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 여행업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으로 보나?
우선 모바일과 컴퓨터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EAN이 집중하는 부분이다. 보이스 커맨더(Voice Commander) 기능이 특히 주목된다. 가령 ‘뉴욕 호텔’이라고 말한 뒤에 호텔을 검색해주는 게 아니라 ‘난 쉬고 싶어’라고만 말해도 그 사람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해 상품을 찾아주는 기술이 현재 개발 중에 있다. 이미 자동차 회사인 랜드로버에서 비슷한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기술이 뒷받침 되려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업의 기술력이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는데 그러한 편견을 넘어서고 싶다. EAN에는 익스피디아와 별도로 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개발자만 5명이 있고, R&D 부서에만 100여명의 직원이 있다. 이들 또한 업무의 20%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투자하고 있다.


■이챈 플레처(Eachan Fletcher) 최고기술경영자는 스포츠 베팅업체와 다양한 온라인 벤처회사를 거친 IT 전문가로, EAN에서 기술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EAN에 관련한 문의는 이메일(jryu@expedia.com)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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