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프로맥파트너십 이사
akim@promackorea.co.kr

얼마 전에 다녀온 호주관광교역전 역시 전세계 여행사들과 호주 전역에서 참가한 셀러들이 모여 상담과 네트워크를 하느라 행사 기간 내내 모두들 바쁘고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최근 들어 세계관광업계에서 돌풍의 주인공인 중국의 위력을 실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무려 200여개의 여행사가 참가했는가 하면, 호주 셀러들도 중국 통역을 대기시키거나 아니면 아예 중국인 책임자를 고용하여 중국 여행사들과 언어의 문제없이 상담할 수 있도록 할 정도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20개 여행사가 참석했다. 문제는 참가 여행사 숫자가 지난 이십여 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는데 있다.

지난 10년간 아웃바운드 숫자가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고, 트렌드도 변하고 소비자의 요구는 더 다양해지고 이들을 향한 마케팅도 더 복잡해 졌는데,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미리 알아볼 수 있고,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고, 세계화를 외치는 요즘 해외 담당자들과 더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해외 관광교역전에 대한 참여도는 제자리다. 우리나라 여행사들도 나름 이유는 있다. 성수기를 코앞에 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 랜드사가 알아서 다 해주는데 굳이 여행사가 참석해서 호텔이나 관광지 담당자들과 상담하고 협상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답변이 있는가 하면 영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솔직한 이유도 있다.

관광교역전은 잘 이용하면 본인 여행사 홍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행사이다. 우선, 최소의 참가비만으로 전세계에 자사를 알릴 수 있다. 왜냐하면 행사 때마다 참가 회사들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매뉴얼이 만들어져서 모든 참석자들에게 배포되며, 셀러들은 이 매뉴얼을 바이블처럼 참고한다. 일단 초청받은 여행사들은 관광청에서 걸러낸 신뢰할 만한 여행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나중에라도 셀러에게 공동광고나 협찬 등 어떤 제안을 한다면, 셀러들은 제일 먼저 이 여행사가 교역전에 참석했는가 그리고 매뉴얼에 소개된 자세한 여행사 소개 정보를 참고한다. 소개 정보는 개인으로 하면 이력서와 같기 때문에 그래서 정말 잘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꼭 셀러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 여행사들도 행사에 참석한 해외 여행사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서로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는 교역전 전후로 마음대로 갈 수 있는 투어의 기회다. 언어 문제가 있는 국가들은 단체로 투어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개별적으로 요청해도 교역전 전후로는 기간과 지역에 관계없이 직접 투어를 하면서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호주관광교역전에서 만난 독일 여행사 마케팅 담당자는 5주 동안 호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현지 담당자들도 만나고 직접 상품을 체험한 후 교역전에 참가했다. 교역전 기간이 아니라면 이렇게 장기간 둘러보는데 있어 협조를 받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혹시 현지 셀러와 요금을 두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면 교역전에 가야할 이유는 더 분명해 진다. 셀러들이 이른바 ‘관광전 요금’이라는 특별 요금을 제공하며 혹시 추가로 다른 것을 슬쩍 더 요청해도 받아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관광교역전이 대부분 그 나라 정부 주도로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 엄청난 예산으로 개최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관광전이 없다. 관광 교역전에 대한 학습이 없는 것도 해외 관광 교역전에 대한 참여가 낮은 이유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 여행지인지 관심 없고 오로지 경품을 무료로 배포하는 곳에 길게 늘어선 줄이나, 부스에 와서 다짜고짜 여기는 뭐 기념품 없냐고 묻는 것도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출입구 바닥에 수북이 쌓여 버려진 각종 책자들을 마주하게 될 즈음되면 이 관광전에 다시 참석해야 할까 묻고 싶을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광경을 본 여행사 대표들이 해외 관광교역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직원들을 보내지 않는 것은 아닐까. 혹시 관광업계에서 일하면서 아직도 관광교역전에 참석한 적이 없다면 또는 한 번도 직원을 보낸적이 없는 여행사 사장님이라면 꼭 한번 참석하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속한 업계가 이렇게 근사하게 돌아가고 있구나 실감할 수 있다. 대신 제발 준비 좀 잘하고 참석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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