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섭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물은 셀프입니다’에 담긴 자화상

언제부턴가 가벼운 식사를 위해 식당에 가면 이상한 안내문을 만나곤 한다.‘물은 셀프입니다’ 처음엔 조금은 개념이 없는 일부 업주가 했으려니 애써 못 본 체도 해 봤지만 이젠 상당수의 식당들이 이 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손이 부족하니 그 정도는 손님이 알아서 떠 먹으라는 뜻인데 이는 서비스의 기본을 잊고 있는 처사로 보인다. 정 바쁘면 물 채운 주전자를 테이블마다 올려 놓아도 될 일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괜찮은 식당마저도 수저통이 마치 아령이라도 되는 듯 무겁기만 하다. 수십 개가 넘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빼곡히 채워놔 여자 손님은 한 손으로 들어 볼 엄두도 못 낸다. 게다가 언제 닦아놓은 건지도 모르는 수저의 위생상태는 또 다른 불만거리다. 행주인지 걸레인지 모를 아리송한 걸로 식탁을 닦는 걸 보기라도 하면 참 난감하다.

종종 우리 나라 사람들은 서비스와 친절에 최적화된 사람들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서울 시내에서 택시에 올라 ‘어디로 모실까요?’란 친절한 운전기사의 안내를 받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한번은 어떻게 나오나 싶어 일부러 행선지를 안 알리고 버텨본 적도 있다. 침묵이 흐른 얼마 후 화난 표정을 한 기사의 목적지를 대라는 핀잔에 손님에게 기사가 먼저 물어보는 게 맞는게 아니냐며 항변 아닌 항변으로 끝낸 게 전부지만 말이다.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있어도 대개의 경우 택시기사는 운전석에서 나오는 법이 없다. 그저 트렁크 버튼만 눌러주면 할 일 다 했다는 격이다. 처우가 나쁘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후진국에서조차 이런 푸대접은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치면 꼭 바뀌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래서야 어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Korea, Be inspired’ 라는 말을 들이대 보기라도 할까?

중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찾는 제주도를 보자. 중문단지를 빼 놓으면 왜 그리 거리의 간판들은 우후죽순이고 개성이 없는 건지 실망스럽다. 그 좋은 자연경관에 세련된 디자인의 간판이 어우러지면 제주가 한층 멋져 보일 텐데 말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음식점에서 어김없이 겪는 일이 하나 있다. 관광을 하느라 손님들이 식사를 빨리 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밥그릇 치우는 소리, 종업원끼리 외쳐대는 소리까지 해서 이건 뭐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식당을 나서며 한 그릇 먹기 힘들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젠 세계 어딜 가나 만나게 되는 대다수의 한국식당도 맛을 빼고는 기대할 것이 많지 않다. 동포가 왔는데도 시큰둥한 표정에 냉랭한 목소리, 순진한 생각에 반가워 할까 싶어 몇 마디 덕담을 건네도 거의 반응이 없다.

게다가 차이나타운과 재팬타운의 화려한 간판과 실내의 멋진 디자인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착한 기간이 짧아 그러려니 싶어도 친절이 못 미치는 건 어찌 설명이 될까?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한국음식점의 종업원이 주문을 받을 때 받아 적지 않는 것도 불만이다. 암기력이 한계가 있으니 결국 테이블로 돌아 와 주문한 음식을 또 묻고 가는 일이 빈번하다. 옆 나라 일본사람들과 친절과 청결을 놓고 비교하면 많이도 차이가 난다. 최근 여러 문제로 우리와 껄끄러운 관계지만 그들의 장점은 우리가 꼭 채택할 만 하지 않은가.

차를 몰고 거리에 나서기만 하면 ‘오케이목장의 결투’라도 앞둔 양 전의가 충만한 운전자들, 동창회 모임에만 가면 상소리로 목청을 돋우어야만 우정이 돈독해진다고 굳게 믿는 우리 남자들, 이제 좀 자신의 품위를 살펴보며 친절을 생활화하자고 외치고 싶다.
이미 외래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고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1,300만명을 넘긴 지 오래다. 적지 않은 분야에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한류로 인해 주가가 크게 올라간 우리다. 여기에 날개 단 격으로 친절과 배려 그리고 청결을 장착한다면 '극강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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