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의 큰 가지 하나를 파생시켰던 레지던스의 최근 동향이 심상치 않다. 각종 고발조치와 계약상의 분쟁 등으로 레지던스 운영회사들은 최근 들어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외래관광객 급감에 수익률이 감소된 정상적인 관광호텔들의 문제제기도 원인이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 2008년 장기 숙박업 형태의 레지던스는 단기 외래관광객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에 따라 생활형 숙박업이라는 새로운 출구전략이 제안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전략적인 시장 형성과 방향전환에 실패했다. 2012년 중반까지 호황을 이어가던 호텔업의 여유로움에 서로 간섭 없이 잘 먹고 잘 살던 시절이 오히려 레지던스들에게는 독이 되었는지 모른다.

관광호텔업의 범주에서 벗어나 생활형 숙박업에 해당하는 레지던스의 최근 혼란은 단순히 관광객 수용태세로서의 시각에서만 볼 수 없는 복잡한 백태를 보이고 있다. 단기 숙박 외래관광객 유치영업이 이미 불법으로 판결되었음에도 신규 레지던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이유의 근간에는 분양시장의 침체로 텅텅 비어버린 오피스텔의 현실이 연결돼 있다. 건물주, 시행사, 건설업자들에게 레지던스가 유용한 자구책 소재로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건설업계의 불안한 진격에는 일부 여행사의 얄팍한 결탁도 한 몫을 한다. 분양이 안돼 쩔쩔매는 건물주에게 중국 및 동남아 지역의 싸구려 물량으로만 유지하는 여행사와 손을 잡은 중간 업자가 나타나 ‘당신 건물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 채워질 테니 우리 쪽에 시설을 위임하라’는 달콤한 사탕을 던지면 법규 절차가 어찌 됐든 그 시장에 뛰어 들게 된다. 지독한 객실부족 현상에 이가 갈린 여행사들은 대비책으로 이런 시설이 필요했지만 객실이 여유롭고 가격이 안정화된 상황에서 굳이 불안요소가 있는 시설에 손님을 보낼 필요가 없어 나 몰라라 등을 돌려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행정관청의 애매모호한 태도도 일을 악화시키는 데 한 몫 한다. 숙박시설 등록을 위해 구청 담당자를 만나면 어떤 불법적 요소로 인한 위험요소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뒤로 한 채 일단 영업을 해 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관광호텔업 범주에 들어가는 호텔들은 엄청난 규제와 자격요건을 갖춰 만들어진 소중한 관광자원이다. 관광호텔업의 밥그릇 보존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외래 관광객의 안전과 관광산업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서 지금의 규제와 안전장치들은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수익과 물량을 우선시하는 한국의 인바운드 여행사의 행태 속에서 불안한 숙박시설로 인한 사고가 불러올 파장을 상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지금 한국의 관광업계가 겪고 있는 숙박시설의 혼돈은 미래관점에서 보면 숙박형태의 다양성으로 향하는 진화 과정에서 현실적 문제들이 충돌하는 지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외래관광객 증가와 한국 관광산업의 발전은 거대한 중국시장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증가라는 현실에 근거하기 때문에, 미래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숙박시설은 외래관광객의 다양한 취향과 상황에 맞게 준비되고 늘어나야 함이 정답이다. 그 정답을 얻기까지 안전과 수준 높은 숙박서비스 구축이라는 공식에 의해 한 발 한 발 답을 향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지혜 도출을 위한 가장 큰 역할은 바로 관광당국의 미래에 대한 정확한 청사진에 달려 있다. 숙박시설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내던 정부가 정작 외래관광객의 급감에는 별 대책도 없이 입을 닫은 것은 우리 관광 정책이 향후 관광수요에 대한 정확한 전략과 청사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같은 주변국가에 비해 열악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두 나라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과 우리만의 문화적, 산업적 특징을 관광산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기존의 관광정책과 인바운드 관광산업 구조의 발전적 개혁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에 따른 숙박업 발전의 청사진도 보조를 맞춰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의 숙박업은 청사진 부재에 의한 혼돈에 어지럽다.

외래관광객 증가에 대한 미래전략이 잘 준비되고 있다면 관광산업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피아(彼我)를 구분하기 쉬워진다. 멋진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어낸 호텔 사장님, 외국인 관광객과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마음씨 좋은 게스트하우스의 부부 사장님은 우리편이다. 불법시설을 개조해 무늬만 호텔로 만들어 싸구려 여행사의 고객을 물량이라 칭하면서 끌어들이기에 급급한 숙박업사업자는 우리편이 아니다. 청사진이 정확하지 않으면 이 피아 구분이 힘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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