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장과 여행객, 수평적 소통으로 시너지
-""철학과 고민 없는 카피 업체는 롱런 못해""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올해 1월이다. 불과 7개월이 흘렀지만 그 파급력은 해외 온라인여행사(OTA)들이 등장했을 때보다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 OTA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뒤흔들었다면, 에어비앤비는‘공유 경제’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몇 백 개에 불과했던 한국 숙소는 2,000개를 넘어설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 참가한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를 지난 3일, 서울 가회동 한옥집에서 만나봤다. <편집자 주>



-에어비앤비의 성공 요인은?
집을 떠나서도 집에 머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일수록 천편일률적인 호텔이 지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전세계 192개국, 3만4,000여 도시에 있는 숙소들은 모두 다른 개성을 지녔고, 당연히 여행객은 각각의 숙소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인류가 원래 여행했던 방식, 즉 대량생산 시대를 거치며 호텔이 광범위하게 확대되기 이전의 인간적인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에어비앤비가 여행을 바라보는 새로운‘렌즈’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상이 여행자, 즉 이용객의 입장에서 본 성공 요인이라면 공급자, 즉 호스트(집주인)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주거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는‘공유 경제’모델이 소구했다고 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북미와 유럽에서는 경제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많았는데 숙소를 등록함으로써 적지 않은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 획기적이었다.

-호텔은 절대 이용하지 않는가?
에어비앤비를 창업하고 지난 6년간 호텔은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100개 도시를 다니면서, 전혀 다른 숙소를 경험했고 그만큼 다채로운 추억을 쌓게 됐다. 가끔 교통이 나쁘거나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현지의 전통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숙소가 있다면?
먼저 남태평양의 피지, 개인이 소유한 외딴 섬의 별장을 꼽고 싶다. 그 별장은 하룻밤 400달러가 넘을 정도로 비쌌지만 머무는 동안 무한한 상상력을 충전할 수 있었고, 호스트(집 주인)는 30년간 갖고 있던 집이 여행객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에어비앤비에 참여하면서 알게 됐다. 미국 버몬트주에 있는 나무 위에 매달린 트리하우스도 잊지 못할 장소다. 미국의 평범한 가장이 아이들을 위해 트리하우스를 만들었는데, 성인이 된 아이들은 더 이상 이용할 일이 없자 이것을 여행객에게 공유하자 제안했다. 그리고 트리하우스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가 됐고, 주인장은 남아도는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적지 않은 부를 누리고 있다.

-국가별 혹은 주인별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천차만별인데, 호스트 관리를 어떻게 하나?
호스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에어비앤비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서비스가 부실하거나 이용자에 대한 응답률이 부실할 경우, 호스트 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 에어비앤비는 일종의 소셜 사이트이기에 리뷰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여행객들이 남긴 생생한 여행후기는 숙소를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지역별로 사진가를 고용해 주요 숙소의 사실적인 사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 마을 단위로 주인장까리 그룹을 형성해 포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자리로,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실시되지 않고 있지만 서서히 지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현재는 숙소만 제공하고 있는데, 가이드투어나 픽업 서비스 등 상품을 확대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에어비앤비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이웃이 되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흥미로운 것은 호스트들이 여행객을 얻기 위해 공항 픽업이나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빨래를 무료로 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무료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주변의 주인장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급성장하자 이와 비슷한 형태의 스타트업도 많아지고 있는데.
우리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단, 우리의 껍데기만 베끼는 업체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본다. 에어비앤비는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공들여 사이트를 만들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이트 이면에는 수많은 고민과 철학이 묻어 있는데, 많은 업체들이 그런 고민 없이 겉모양만 베끼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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