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석
비에이치파트너스
대표 HR컨설턴트
hotel.alltheway.kr
msyoo0114@gmail.com

대다수의 바둑기사들은 자신만의 부채를 하나씩 갖고 있다. 그 부채에는 저마다가 선호하는 글귀가 적혀있는데, 이 글귀 안에는 대국에 임하는 기사들의 성품과 기풍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특급호텔의 총지배인들도 모두들 자신만의 보이지 않는 부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바둑을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는데, 호텔 역시도 수많은 고객들을 접하면서 다양한 삶의 군상들을 마주치게 되는만큼 서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을 것이다.

바둑을 두면서 경쟁과 승패가 존재하고 교묘한 세상일의 이치와 삶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때문에 바둑을 좋아한다는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의 조성억 총지배인을 보면 그런 생각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그가 롯데호텔, 세종호텔을 거쳐서 지난 1985년 서울가든호텔에 입사하여, 현재 320여명의 직원들을 이끌며, 호텔을 운영하는 총지배인이 이르기까지 호텔리어로서 걸어온 철학과 가치관이 담긴 휘호 부채 속의 문구들을 열거해보면 이러한 것들이 아닐까 싶다.

첫번째로‘노겸근칙’(勞謙謹勅)’이다. 이 말은“근면하고 겸손하고 삼가고 경계하면 중용의 도에 이른다”라는 뜻이다. 총지배인은 호텔 관리와 영업의 전반적인 사항을 책임져야 하므로 합리적인 리더쉽을 발휘하고, 효율적인 경영으로 매출을 신장시키며 조직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안정적으로 회사발전을 기여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실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힘들고 지친 세상에서 근면하고 성실하게 헤쳐나가는 근원이 겸손이며 성실함은 어떠한 업무가 주어져도 노력하여 능히 이룰 수가 있으며, 대안을 찾아 목표를 달성하는 진취적인 자세와“겸손과 아량으로 베풀고 융합하여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 리더이자 관리자인 총지배인의 역할”이라고 그는 여기고, 지금까지 이를 실천에 옮겨왔다.

두번째로‘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진(盡)은 한자어 그대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를 의미한다. 조성억 총지배인은“최선이 안 되면 차선, 차선도 안되면 차차선의 노력까지 기울여야 하는‘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가짐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그는 호텔리어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강조했다. 모래 위에 쌓은 성이 되지 않으려면,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작은 것에서 충실해야 더 큰 것을 꿈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입 호텔리어들에게 그의 얘기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지난 1985년 서울가든호텔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하여 계장, 과장, 외식사업점장, 식음료 부장, 4성급 특급호텔인 중국 국제금융호텔 대표, 그리고 서울가든호텔 부총지배인을 거쳐 총지배인의 위치에까지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이다.‘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라는 이 글귀처럼“일하는 과정에서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묵묵히 최선을 다해 나간다면 각자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인사나 보직 등에서 잘 나갈 때도 있고 못나갈 때도 있다. 하지만, 조 총지배인은 흐르는 물을 보면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은 모두 바다로 흘러간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특히 중국 산동성의 위해국제금융호텔의 대표로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도출해내었다. 2000년대 정치체제와 관습이 다른 낯선 중국 현지에 처음으로 진출하여 호텔 오픈 프로젝트부터 시작하여 실제 경영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오랜 기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현지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하였고 아직 호텔 경영이 선진화 되지 않은 중국에서 철저한 신뢰경영과 현지화를 추구하여, 그 결과 개관 2년차에 호텔의 경영(매출)및 관리가 우수하여‘위해시 경영표준호텔’로 지정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특급호텔을 경영하는 총지배인으로서 아직도 그는 보여 줄 것이 많은 것 같다. 그가 앞으로도 호텔이라는 커다란 바둑판에서 어떠한 묘수의 대국을 보여줄지 여전히 관심이 집중된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