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경
㈜나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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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인구 130만명…관련법규부터 정비하자

주말에 어린 쌍둥이 조카들이 보고 싶어 밥 먹자고 전화를 했더니 계곡에서 캠핑 중이라고 한다. 지척에 살면서 가끔 놀러오던 남동생네가 요즘 들어 뜸하다 했더니 주말마다 캠핑재미에 푹 빠져 산다. 최근 3년새 오토캠핑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기에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내 최측근에서도 골수 캠핑족이 있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60만명에 불과했던 캠핑 인구는 올해 130만명으로 늘어났다. 2010년 300개였던 캠핑장도 불과 3년 새 4배로 늘었다. 시장 규모는 2008년 700억원에서 올해 6,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모든 비즈니스 키워드가 캠핑으로 통한다’더니 요즘 캠핑관련 산업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실감이 간다. 캠핑장과 캠핑용품은 물론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레저용 RV차량, 캠핑용 패션산업과 식료품산업 또한 매출이 껑충 뛰었다. 20여년 전 펜션과 콘도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던 캠핑문화가 화려하게 급부상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초중고 주 5일제가 안착되어 주말공백이 생겼다는 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족 중심 레저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자연에 대한 도시인들의 갈증이 캠핑문화를 확산시킨 주요인으로 꼽힌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레저가 필요해진 시점에서 ‘1박 2일’이나 ‘아빠 어디가’와 같은 TV 프로그램 역할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각종 비즈니스 모임으로 골프 대신 오토캠핑이 늘고 있다.

그러나 캠핑산업이 호황이라지만 갑자기 늘어난 수요 탓에 성장통도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는 캠핑에 관한 법률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데다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캠핑장 대부분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오토캠핑장(자동차야영장)은 관광진흥법상의 등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차량 1대당 80㎡ 이상의 공간과 2차선 이상의 진입로 확보가 필요하고 전기, 통신, 상하수도, 공중화장실, 공중 취사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등록 요건을 완비한 오토캠핑장은 현재 전국에 21개소(2012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정부 지원을 받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국민여가 캠핑장’이 대부분이다. 민간 운영 캠핑장 중 이런 요건을 갖춘 곳이 손에 꼽을 정도다. 기준이 매우 엄격해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 불법 캠핑장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사고의 가능성이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이 많은 오토캠핑의 성격을 감안하면, 부실한 시설물이나 안전사고 대책 미흡으로 인한 문제는 언제라도 발생할 소지가 높다.

캠핑이 레저라기보다 생활인 미국과 유럽은 80년이 넘는 캠핑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에서는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캠핑장이 발달했고 집 주변에서도 쉽게 오갈 수 있는 캠핑장이 많다. 유럽도 ‘유럽캠핑장연합(www.acsi.eu)’이 캠핑장 시설에 대한 검증 작업을 거쳐 일정 수준의 캠핑장에만 인증마크를 주는 평가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2만7,000여개에 달하는 캠핑장 가운데 1만여개만이 인증을 받았다. 호텔처럼 캠핑장에 최고별 5개까지 별점이 매겨져 있어 등급을 바로 알 수 있다. 별 3개 이상이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일본 또한 오토캠프연맹이라는 기관을 설립하여 1988년부터 입지, 시설, 서비스, 쾌적성 등 4개 항목에 대해 평가를 해서 별 1개부터 5개까지 등급을 매기고 있다. 누구나 등급을 보고 가격대와 시설, 서비스 유무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우리나라 캠핑장은 과연 어떤 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도 선진국의 경우처럼 캠핑시설에 따른 등급제 등을 실시하면, 캠핑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호감도 더 확산될 것이다.

답답한 실내에서 전력 대란에 허덕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연 속에서 푸른 공기를 마시며 캠핑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심신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절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는 셈이 되니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일석이조가 아닐까?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캠핑장에 대한 관광진흥법 개정이 완료돼 마음 놓고 캠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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