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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LCC 점유율 9% …동남아는 50%

LCC(저비용항공사)는 항공업계의 지형을 바꿨을 뿐 아니라 전세계 여행객의 여행 패턴마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4~5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는 항공 연구 전문회사인 CAPA와 인천국제공항이‘LCC와 미래의 항공업’ 컨퍼런스를 개최해 동북아시아와 한국시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경제적으로는 동남아에 비해 압도적인 발전을 이룬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은 아직까지 LCC 시장에서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동북아 시장은 적극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이번 회의에 모인 항공,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한목소리였다.

CAPA 피터 하비슨(Peter Harbison) 회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동북아시아의 LCC 항공 현황을 간략히 소개했다. 핵심은 한국, 일본, 중국 등 항공산업이 발전한 동북아 국가들은 LCC의 성장률이 더디다는 것이다. CAPA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 지역의 LCC 시장 점유율은 52.0%인데 반해 동북아는 9.2%에 머물렀다. 하비슨 회장은 “동북아 지역은 LCC 점유율이 타 대륙에 비해 현격히 낮은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서도“동북아는 국가간 항공협정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풀서비스항공사(FSC)를 보호하면서도 LCC를 키워야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많은 한중일 LCC 딜레마 빠져

동북아에서 한국은 그나마 LCC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장 이후, 더 치열하게 펼쳐질 LCC 경쟁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항공사들의 자구적인 비용절감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항로 개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UBC) 엄태훈 교수는 “한국 정부가 FSC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취했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일본항공처럼 파산하는 항공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LCC들의 미래는 중국시장에 걸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양국간 오픈스카이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한국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국항공대학교 이영혁 교수는 “FSC들이 흑자 달성했지만 중국 오픈스카이·서비스 유료화 관련 수익 노선인 중국 시장의 개방을 꺼리고 있지만 오픈스카이가 체결되면 중국은 LCC가 대거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오픈스카이·서비스 유료화가 큰 변수

- 정부 지원 기대 말고 자구적 비용 절감 필요
-“중국 외에는 새롭게 개척할 노선 많지 않아”
-인천공항 “LCC 전용 활주로, 터미널도 고려”

한국의 5개 LCC는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새롭게 개척할 노선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계 LCC와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고, 성장 동력은 뚜렷하지 않다. 에어부산을 제외한 4개 한국 LCC 대표들이 CAPA 회의에 모여 한국의 LCC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좌장은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UBC) 엄태훈 교수가 맡았다.




엄태훈 교수(이하 엄)
LCC가 한국 여행업계, 소비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어떻게 보나?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이하 최)
제주항공은 설립 이래 매년 수송량을 15% 정도 늘려왔다. 새로운 시장을 그만큼 창출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 제주 여행객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LCC가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제주항공의 구체적인 실적과 현황을 알려달라.


제주항공은 현재 13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매년 3대씩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선 점유율은 20% 수준이다. 아직까지 대한항공, 아시아나에 견줄 수준은 못되며 꾸준한 고성장 기조로 가야할 것이다. 관건은 국제선 확장에 있다. 일본과 방콕, 괌 노선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중국의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일 텐데.

마원 진에어 사장(이하 마)
진에어가 취항 2년만에 흑자전환한 데는 대한항공의 도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진에어 고객은 대한항공과 다르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본다. 진에어는 대한항공과 동일한 기준으로 기장, 승무원을 선발하고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다. 안전 부문에 그만큼 강점을 띈다고 볼 수 있지만 LCC로서 비용 절감을 해야 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전략 노선인 삿포로 운항을 중단했는데.

박수전 이스타항공 사장(이하 박)
타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어렵다고 판단해 운항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스타는 독립형 LCC로 나리타에 최초로 취항했고, 오사카도 성공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711회 중국에 부정기편 취항을 했는데 앞으로는 중국 쪽 취항을 더욱 늘릴 것이다.


티웨이는 한국 LCC 중에서는 후발주자인만큼 인지도가 낮은 편인데.

함철호 티웨이항공 사장(이하 함)
티웨이는 가장 규모가 작지만 모체인 한성항공은 한국 최초의 LCC다. 독립형 LCC로서 설립 3년차에 흑자 전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천공항은 LCC 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이광수 인천공항 기획조정실장(이하 이)
최근 제스트항공은 사고가 있었음에도 탑승률이 다시 90%를 넘어서는 상황을 보면, 운임을 중시하는 승객이 많으며, 공항이 LCC의 운항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인천공항 LCC 이용여객은 500만명이었고, 올해는 600만명 이상을 예상한다. 2017~2018년경 터미널이 확장되면 LCC 전용 터미널이나 활주로 등을 고려하고 있다. LCC들에게 착륙비용을 낮춰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전체 국민 중 해외여행 비율이 현재의 25% 수준을 넘어 앞으로는 50%까지 갈 수도 있는데 LCC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한국 LCC는 이제 2단계에 접어들었다. 비용 절감을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의 FSC만이 아니라 외국계 LCC와 어떻게 경쟁하느냐가 관건이다. 제주항공은 IT를 통한 자동화에 승부수를 두고 있다. 내년에는 매출의 3%를 IT에 투자할 계획이다. 타 항공사와의 제휴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한국 승객 의존도를 낮추고, 원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 LCC들은 동남아 LCC에 비해 원가 부담이 훨씬 크다. 유류와 항공기 비용은 똑같다 해도 나머지 비용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


한국 LCC들이 앞으로 비행기를 더 들여온다 해도 뜰 수 있는 노선이 많지 않다. 결국 중국시장이 관건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중국 정부가 한국 전세기 운항에 제동을 걸었는데 우리 정부에서 이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LCC들의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도움을 줬으면 한다.


정부의 원조에 기대기보다는 항공사의 자구적인 비용 절감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쿠알라룸프르공항과 에어아시아를 예로 들면, 말레이시아는 인구 2,900만명, 국민 소득 1만달러 수준으로 한국보다 후진국임에도 세계 최대의 LCC가 됐다.


쿠알라룸프르에 비해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두 공항 모두 4,000만명 가량을 수용하고 있는데 국제선 비율은 인천이 더 높다.


앞으로 LCC의 변화를 위해 달라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함 현재 한국에 7개 항공사가 있는데, 정부가 너무 항공업에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 측면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내에 항공사가 몇 개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에어아시아가 LCC의 좋은 모델인 것은 맞지만 한국 실정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박 LCC는 결국 가격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너무 서비스 경쟁으로 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원가절감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 김포공항을 LCC 전용으로 만든다든가 항공 정비 부분에 대해서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는 조종사 기준을 낮춰주는 등 LCC에 유리한 정책을 취해줬던 부분도 있다. 앞으로는 특별한 도움을 주기보다는 형평성 있는 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한국 LCC들은 에어아시아에 비해 10년 이상 역사가 짧다. 그만큼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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