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프로맥파트너십 이사
akim@promackorea.co.kr

얼마전에 TV에서 우리나라 전통 음악을 하는 어린 영재들이 전문가와 함께 우리의 소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를 봤는데 그 소리를 ‘K-소리’라고 부르는 것을 보며 의아하던 차에 이제 K-Food까지 등장했다. 마치 영문자 K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이니셜로 상표 등록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생각될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K-Food라는 이름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몇 년 전 K-pop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생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팝(Pop)은 영미권에서 생겨났으니 우리나라가 원조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K’를 붙임으로서 J-Pop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팝과는 다른 우리나라만의 색깔이 들어간 노래임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K-Pop을 얘기할 때 우리의 전통 음악은 포함되지 않는 것도 K-Pop자체가 우리의 고유 음악은 아니라는 전제가 들어있다. 청바지가 미국에서 들어왔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청바지를 생산할 수 있으니 국산 청바지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결국 청바지가 우리나라 전통 의복이라 부를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이런 궁금함 때문에 내친김에 해외에 살고 있는 아는 외국인들에게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그냥 K-Food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물어봤다. 정크 푸드, 스낵, 싸구려 음식, 우주에서 먹는 음식, 전투 음식 등등 다양한 답변이 도착했다. 어떤 외국분은 K-Food가 미국 전역에 있는 가장 저렴한 요금의 물건들을 판매하는 K-mart를 연상시켜서, 왠지 그곳에서 파는 저렴한 간이 음식이 아닐까 생각된다는 의견도 보내왔다. 내가 물어본 사람들이 전세계인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K-Food가 이런 의미로도 이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우리나라 독자분들도 K-Food하면 어떤 것이 연상되는지 또는 과연 한식과 잘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9월 10일-11일까지 서울에서는 World Travel and Tourism Council의 아시아 정상 회의가 개최되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수상과 같은 저명인사는 물론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관광전문가들과 해외 언론인들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K-Food 브랜드를 알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행사의 첫날 국립박물관에서 진행된 갈라디너는 문화 관광부 장관 주최로 한식 코스 요리가 선보였다. 그런데, 식사에 앞서 진행된 장관의 환영 연설과 만찬을 준비한 롯데호텔 회장의 축사내내 ‘한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한식에 대한 찬사와 한식을 즐겨달라는 부탁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K-Food는 소개되지 않았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영문으로 쓰인 식사 메뉴에도 역시 K-Food 용어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는 한식을 K-Food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리고자 하면서도 사실상 우리 정부 기관들 내부적으로도 아직 공감대 조차 형성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탈리아, 중국, 일본, 태국 음식을 보면, 이들 중 어떤 음식도 I-food, C-food, J-food 또는 T-food라고 하지 않고 그냥 나라 이름을 붙여서 부르고 있으며, 그 음식을 통해 전세계에 자국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한식을 세계화하고 싶은 의지나 이미 성공한 K-pop에 살짝 묻어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우리가 ‘한식’ 이라고 부르는 대신 굳이 K-Food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우리 스스로조차 편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대한민국의 강남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만약 싸이가 ‘강남 스타일’ 대신 ‘G 스타일’이라도 했어도 지금처럼 강남이 알려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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