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영
주한FIJI관광청 지사장 TourismFIJIKorea@gmail.com


우리가 질투의 화신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델로>의 오델로 왕이다. 부인 데스데모나와 이아고의 부정을 의심한 오델로는 질투심에 불타 데스데모나를 살해하기에 이르게 된다. 데스데모나가 정말로 이아고에게 마음을 주었는지는 작품 속에 분명하게 언급되지 않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이 다른 상대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상대방의 배신으로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대를 구속하거나 심하게는 폭력을 행사하는 행동을‘오델로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질투는 내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사람이 빼앗으려는 사람에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유교문화권에서는‘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일곱가지 잘못’중 하나로 질투를 꼽기도 한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첫째 아이가 갖는 감정은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을 때 느끼는 배신감의 3배 이상이라고 한다. 질투는 비단 연인 사이에서 뿐 아니라 친구, 동료, 가족 사이에서도 생긴다. 남과 나를 비교해 더 또는 덜 가진 것으로 행복과 불행의 척도로 삼는 우리네 습성으로 볼 때, 질투는 어쩌면 이미 일상화된, 교육된 감정이다. 그러나 질투에도 순기능은 있다.

먼저 질투(jealousy)와 비슷한 단어로 시기(envy)가 있는데, 질투는 이미 가진 뭔가를 잃어버릴까 봐 생겨나는 미움이고, 시기는 갖지 못한 사람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순우리말로 시기는 샘, 질투는 강샘이다. 시기하는 사람보다 질투하는 사람이‘갑’인 셈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질투라는 감정은 소홀히 했던 것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질투를 느끼는 원인을 보통 열등감과 결핍으로 해석하지만, 그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질투가 그저 상대를 향한 공격적인 감정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질투의 본질은 바로‘자존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보다 남이 더 행복한가 아닌가를 척도 삼아 자기의 행복을 재단한다. 이미 내가 가진 것임에도 이를 두고 불안해하고 끊임없이 의심한다는 것 역시 상대방과 상대방을 둘러싼 환경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연인/부부관계로 한정 지어 이야기를 하자면, 그 사람을 향해 끊임없이 의심이 생기고 못마땅한 점투성이라면, 먼저 상대방의 가치가 나에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의심이 커지고 미운 구석이 많을수록 사실은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질투는 서로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외부의 원인으로 관계의 깊이가 얕아졌을 때 표면 위로 불쑥 솟아오르기 마련인데 질투의 싹이 자라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잡은 고기에는 밥 안 준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로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것들이 너무나 소중해 남에게 빼앗길까봐 불안에 떨고, 행여라도 빼앗길 경우 분노가 차오를 만큼 귀한 존재라면, 질투라는 감정을 섞어 분노로 표출하지 말고 오히려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하며 잡은 고기에게 밥을 더 주려 해야 한다.‘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쓰느냐’,‘가지지 못한 것을 탐하느냐’라는 질투와 시기의 차이를 기억하자. 질투를 느낀다면, 그 사람은 이미 당신에게 참 소중한 사람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상황이라 가정해 보고, 그 질투의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사랑하자.‘질투의 힘’을 긍정적으로만 사용한다면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한다는 여인의 분노 게이지도 사전에 조절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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