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일부터 중국정부가 우리나라의 관광법에 해당하는 여유법(旅遊法)을 새롭게 시행하면서 우리나라 중국 담당 인바운드 업계가 혼란에 빠져버렸다. 올 4월25일 제정된 중국 여유법은 관광산업 전반의 운영기준을 규정한 법률인데, 그 주요 내용 중에 관광사업에서 여행사가 해서는 안되는 금지행위를 규정한 항목들이 우리나라 인바운드 업계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조직적으로 비합리적인 저가관광 상품으로 관광객 모객을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고, 구체적으로 쇼핑장소를 지정하거나, 별도 요금을 여행항목에 포함하는 행위를 금지하였다. 또한 쇼핑 또는 별도요금의 여행항목을 통해 수수료 등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도 금지하였다. 가이드나 인솔자의 금지규정도 정해놓았는데, 첫째 임의로 일정을 변경하거나 서비스 활동을 중지하는 행위, 둘째 관광객에게 서비스료를 요구하는 행위, 셋째 관광객이 쇼핑하거나 별도 요금의 여행항목에 참가하도록 유도, 기만, 강요하거나, 변칙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였다. 기획여행계약을 대행하는 랜드여행사에게 접객과 서비스에 필요한 원가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이러한 규정들로 지금까지 관광상품 판매시장의 관행과 구조를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중국의 여유법은 중국 정부가 많은 시간을 갖고 여행시장의 잘못된 형태들을 지속적으로 연구, 관찰해서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중국 시장 구조는 관광객을 보내주는 송객 여행사가 저렴한 상품가를 책정하고 부족한 지상비는 우리나라 인바운드 여행사가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 대부분 쇼핑과 옵션관광을 통해서 이를 해결해왔다.


때문에 대부분의 관광상품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많은 중국관광객을 유치해왔는데, 앞으로 이것이 불가능한 구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동안 업계나 기타 관련된 부서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고, 이러한 여행 구조를 빨리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 역시 이전부터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상호노력을 하기로 합의한 것도 사실이며, 이러한 여유법이 나온 것도 아마 그러한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나 추측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저가 상품이 많은 태국의 경우는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비와 가이드 팁, 쇼핑과 옵션으로 이윤을 만회했던 기존 여행시장 구조는 더 이상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전부터 나왔고, 장기적으로 이러한 여행시장 구조는 바꿔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하지만 막상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많은 충격이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파급효과가 커서 중소 여행사, 랜드사, 관련 쇼핑업체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간 문제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을 현실로 냉철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중국 관광객들에게 쇼핑 위주의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우리나라, 태국, 대만에 영향을 많이 주었을 것이라 보고 있지만 개별여행시장(FIT)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관광객들의 경우 단체 관광객 시장은 단순한 시장논리가 아니라 정상적 시장형태로 갈 수밖에 없으며, 일정한 비중으로 개별 여행자 시장이 새롭게 중심의 한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개별여행자 시장에 대한 준비를 좀더 많이 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마켓 플레이스(Internet Market Place)를 개발하고, 원스톱 서비스로 검색과 상품예약 및 거래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패키지 상품 중심의 여행상품 또한 제값에 맞는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가이드나 통역 등 서비스 인력의 경쟁력을 키워서 나름 인적 서비스의 고급화를 유도해 중국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유법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30% 이상 단체관광객이 줄 것이라 예상을 하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국내 관광시장을 둘러보고,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져 온 부분들에 대해 고객인 관광객의 입장에서 프로세스와 질적 서비스의 개선을 가져오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류가 있고 K-Pop이 있는 대한민국의 관광시장이 더 이상 저가로 관광객 불만을 받기보다 제값을 받는 명품의 다양한 관광상품으로 관광객들에 만족을 심어주는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변정우
경희대 교수/
서비스사이언스전국포럼 상임운영위원장
jwbyu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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