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V호텔은 작고 세련된 호텔이지만 중심지와 멀리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 아는 내국인 단골손님들에게만 소리 없는 명성을 유지해왔다. 2013년 늦은 봄, 호텔 영업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과감한 실험에 돌입한 호텔은 외국인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글로벌 OTA에 적극적인 판매 루트를 형성하고 OTA를 컨트롤할 채널매니저 도입까지 마치며 새로운 여름을 맞이했다.

그 결과 객실 매출 전년대비 4배 증가라는 놀라운 실적을 끌어냈다. 매출 증가의 원인 중 하나는 전년도에는 찾아보지 못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였다. 중국인 고객들은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V호텔을 중국현지에서 OTA를 통해 예약하고 스스로 택시를 대절해 찾아왔다. 관광의 패턴도 여행사를 통한 단체와는 달랐다. 호텔 중국어 대응 매니저에게 여행지 정보와 교통편을 꼼꼼히 확인하고 낯선 해외에서 겁이 없다 싶을 정도로 과감히 이것저것 시도했다. 재미난 것은 그들의 손에는 한결같이 스마트 폰이 들려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 여행객 마켓에 정통한 지인이 귀띔해준 사실을 확인하러 어느 날 김포공항 게이트 의자에 앉아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중국인들의 수를 헤아렸다. 지인의 귀띔은 이러했다. “중국인 FIT 관광객이 급속히 늘어났는데, 놀라운 것은 그룹 규모의 가족여행도 여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서울과 제주 여행일정을 스스로 짜고 국내선 항공을 예약해 서울과 제주를 왕복한다”는 것이다. 김포공항에서 펼쳐진 광경은 향후의 일로만 여겼던 것이었다. 내 상식으로는 당연히 중국인 가족여행객 옆에 존재해야 할 국내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 가이드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 손에도 여지없이 스마트 폰이 들려 있었다.

이런 중국인 방한객들의 모습에 난 왜 놀라워했을까? 그 이유는 오랜 기간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들이 강변한 중국시장의 특성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텔등급은 중요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이 우선이다”, “아침식사는 무조건 죽이 있어야 하고 질은 떨어져도 양을 많이 달라”, “비자 문제 때문에 중국인들은 단체로 올 수 밖에 없다”는 몇 가지를 특성이라 인지하고 있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것은 수익을 원하는 중국 여행사와 한국 인바운드 여행사의 이해관계에 의해 제작된 특성이었다.

중국과 중국인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현상이다.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중국시장의 변화라는 당연한 현상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이다. 변화라는 당연한 현상을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가는 광속으로 변하는 그들의 여행환경에 뒤쳐져 순식간에 도태되어 버릴 수도 있다.

최근 중국관광 산업과 관련된 의미 있는 데이터들이 속속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온라인 여행시장의 성장률이 평균 37.3%로 전체 여행 성장률 20%에 비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어 온라인 여행시장으로의 판도변화가 확실시 된다.

온라인 여행을 이용하는 중국인 계층은 18~30세까지가 54.7%로 절반이 넘고, 온라인 여행고객의 75.3%가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구성하고 있다. 87.5%는 월 2,000위안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온라인 여행시장의 이용 항목 중 가장 많은 부분은 호텔 예약(42.9%)으로, 중국인 여행객들이 빠르게 온라인 호텔 예약에 익숙해지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장은 연평균 24%의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한다.

주목해야 할 다른 통계 하나는 2013년 약 2억5,000만대인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대수가 당장 내년이면 2배 수준인 5억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인 방한객이 부킹닷컴(Booking.com)을 통해 한국 호텔을 예약한 건수가 전년대비 약 3.3배의 증가추세를 보였다. 중국에서 유명한 씨트립이나 이롱의 이야기가 아닌 글로벌 OTA인 부킹닷컴의 한국 통계이다. 중국인들의 예약 채널에서 ‘탈 중국’ 모드가 시작되고 무한 경쟁체제로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런데도 여전히 호텔 예약을 위해 호텔에 팩스를 보내고 예약확인 팩스를 기다리는 여행사들이 있다. 고객들이 점점 스마트폰을 통해 아고다나 부킹닷컴 같은 실시간 예약사이트로 이사 가고 있는데 말이다. 중국이라는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그 감지가 아무 의미가 없는, 그야말로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됐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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