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그랜드세일과 쇼핑 한국의 위상


#1. 1990년대 초, 국내 모 항공사의 전세기를 타고 일본 동북부 지방의 팸 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도쿄도 아니고 일본의 한 지방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팸투어 일행은 투어 도중에 잠깐 들린 쇼핑몰에서 전자제품 코너를 서성이며 물건을 사느라 여념이 없었다. 당시 최대의 인기품목은 코끼리 상표로 유명한 조지루시 전기밥솥, 내쇼널 헤어드라이어, 소니 워크맨 등 전자제품과 시세이도, 가네보 등 화장품이었다. 물론 필자도 슬쩍 코끼리 밥솥을 하나 사 들고 왔었다.

 

#2. 2013년 가을. 20여 년 전 일본에서 보았던 모습을 한국에서 목격한다. 면세품 매장마다 값싸고 질 좋은 한국의 전자 제품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쿠쿠 전기밥솥은 휴대폰, 카메라 등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인기 품목이 되어버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전자 제품은 이제 한국산 전자 제품에 밀려났다.

 

지난 20여 년 사이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들의 쇼핑행태는 20여 년 전 일본을 찾던 관광객들의 쇼핑장면과 많이 닮아 있다.
세계 관광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다. 이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통계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1961년 11,109명에 불과했던 방한 관광객 수는 2012년 1,114만명으로 1,000만명 시대를 돌파했다.
 

방문객 수만 따지면 세계 23위로, 아시아에서는 중국, 말레이시아, 홍콩, 태국, 마카오에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4년 전에 앞질렀고, 세계적으로 관광 대국이라는 인상이 강한 호주, 뉴질랜드, 인도는 물론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보다도 앞선다.
 

이 같은 관광객 증가로 인해 관광 수입 규모도 급성장했다. 2007년만 해도 50억~60억 달러에 그쳤지만, 2012년에는 세계 21위인 141억 달러를 기록했다.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관광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 쇼핑 관광도 늘어나고 있다. 사실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관광 수입 중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제품이 훌륭하지 않고 쇼핑 환경이 좋지 않다면 쇼핑 관광은 늘어나지 않을 텐데 다행히 쇼핑여건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세계 어느 공항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최고의 쇼핑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롯데·신라·동화면세점 등 시내 대형 면세점에 더해 소규모로 운영하는 홍삼, 전자제품, 화장품 전문 면세점도 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면세 매장을 장식하던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내쇼날, 필립스 등의 전자 제품은 삼성, LG의 전자 제품으로 바뀌고 있고, 한류 붐을 타고 한국산 화장품과 김치, 김 등 식품류도 인기를 끌고 있다. IT분야 등 한국의 뛰어난 산업기술에 힘입어 한국산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여러 분야로 확산되며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격세지감이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쇼핑에 집착하는 한국관광객들이 크게 줄고 있는 반면 쇼핑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방문위원회는 최근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2014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2014)’이 내년 1월3일부터 2월16일까지 45일간 펼쳐진다고 발표했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쇼핑 혜택 뿐 아니라 음식, 숙박, 각종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최대의 쇼핑 축제로 현재 참여업체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초심을 잃지말고 늘 좋은 제품과 착한 가격으로 공정 쇼핑 질서를 확립해 나갈 때에 이 쇼핑 축제도 길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성공여부는 품질좋은 제품과 가격 경쟁력에 달려있다. 한때 쇼핑 천국으로 부상했던 동남아의 많은 나라들이 차츰 그 명성을 잃어가는 이유는 바가지 요금과 쇼핑 강매 등 여행업계의 부조리한 관행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같은 현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제 막 세계적인 산업기술의 발전과 한류 콘텐츠의 붐을 타고 쇼핑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성숙된 관광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은경
㈜나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eknana@naver.com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