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야마노우에호텔(Hill Top Hotel)은 객실 74개의 작은 호텔이다. 객실에 들어가면 그 낡고 협소함에 깜작 놀란다. 1954년 지어진 이 호텔은 대를 이은 경영으로 60년을 이어오고 있다. 화려한 도심에 마치 쇼와 시대를 옮겨온 것 같은 분위기는 그들의 전통이다. 호텔 창립 초기부터 애용하던 많은 문인들의 숨결이 배어 있고, 단골 고객의 자손들이 고객으로 호텔을 이용하고 있다. 이 고객들의 소중함을 알기에 객실은 오래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호텔 레스토랑에는 온 정성을 다한다. 창업 시부터 이 호텔의 운영방침은 간단명료했다.‘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 놓을 것, 기분 좋고 편안하게 쉬게 할 것’이다. 창업자 요시다 토시오는 호텔을 만들기 전 유리회사의 영업사원이었다. 
 
서울 종로 탑골 공원 맞은편의 둘로스호텔은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살짝 성질이 나는 곳이다. 도대체 간판도 보이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헤매야 한다. 편치 않은 심상으로 들어선 호텔은 이내 궁금증을 자아낸다. 객실은 46개뿐이지만 정중하면서도 밝은 직원들의 응대, 좁은 로비 공간에 기가 막히게 구성된 천고의 개방감이 묘한 기대감을 자아낸다. 압권은 아침식사다. 호텔 키친의 오븐에서 직접 구운 빵 냄새는 아침마다 호텔 구석구석을 고소한 여유로움으로 채운다. 둘로스호텔 직원들은 정성 어린 무료 조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침식사가 객실 판매를 위한 미끼의 범주에서 벗어나 둘로스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작다고 얕봤던 이전의 마음가짐이 송구해진다. 이 호텔은 비즈니스 고객들에게 가장 합리적이고 편안한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최초의 비즈니스호텔을 지향한다. 그러고 보니 그 조그마한 호텔에 별 게 다 있다. 24시간 비즈니스센터에 세탁실, 모니터와 컴퓨터가 연결 가능한 미팅룸…. 지하에는 160석 규모의 소극장까지 있다. 이 호텔의 창업자 역시 호텔 출신이 아닌 좋은 호텔을 꼭 스스로 만들어 보고 싶어 했던 건축가다.

남산 밑자락 언덕에 N.Fourseason 호텔이 있다. 큰길가에서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주택가 구석에 그리 튀지는 않지만 세련미가 느껴지는 모던함으로 들어서 있다. 직원들은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온 고객들의 짐을 챙겨주고 뭔가 궁금해 하는 손님에게는 미리 말을 걸어 도움을 준다. 이곳 역시 객실 수는 55개뿐이다. 문화와 남산을 즐길 수 있는 정성 어린 서비스가 이 호텔의 테마다. 호텔 주차장에는 손님을 모실 리무진과 잘 손질된 오래된 벤츠가 호텔 공식차량으로 마치 엔틱가구처럼 멋스럽다. 호텔 옥상의 루프라운지에서는 옥외 스파가 가능해 사시사철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남산의 사계절을 향유한다. 호텔 이름도 남산의‘N’과 사계절의 ‘Four seasons’의 조합이다. 이곳의 창업자 역시 평생을 의류 디자이너와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던, 호텔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다. 나이가 들면 평생 160여개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호텔의 감동을 남들에게도 전해 주고 싶어 했던 어느 노신사는, 이제 고객을 위한 음식을 고민하고 바비큐를 직접 굽는 수고를 진심으로 즐긴다. 
이 세 호텔에 호텔 출신의 오너가 아니라는 공통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고정고객만으로 높은 가동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의 호텔은 이제 다양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매머드급 체인호텔처럼 엄격하고 정교한 매뉴얼을 갖고 움직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구현하고 싶은 서비스를 스스로 실천하며 이론적인 매뉴얼의 정형성을 탈피해 오히려 힘을 발휘한다. 이 작은 호텔들은 자기의 공간을 찾는 고객들이 고맙고 어떻게든 만족시켜야 한다는 즐거운 절박함을 기본으로 한 ‘제멋대로의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이 멋진 제멋대로가 지속가능하고 더욱 단단한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들이 숙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호텔들의 정성 어린 노력들이 이익 중심주의에 매몰된 객실 수백 개의 대형 호텔들이 전파시킨 건조한 호텔문화보다는 훨씬 서울여행의 즐거움과 다양함에 공헌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외래객들이 각자의 스토리에 충만한 한국의 멋진 호텔들을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날이, 이 작은 호텔들로 인해 앞당겨지길 희망하며 그들을 응원한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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