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해도 다 저물어간다. 늘 그렇듯 세밑에 서면 무언가 아쉽고 서운하다. 기쁘고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그 기억도 잠시, 현재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새삼스레 어깨를 짓누르곤 한다. 유독 밀레니엄 시대를 넘어서며 우리에겐 여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어쨌거나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금년은  국내 기업환경의 어려움으로 회사운영이 힘들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2013년의 대한민국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잠정적인 연간 경제 성장률이 2.8%로 작년의 2.0%보다는 호전돼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주도한 수출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이루고 물가는 1.2% 대로 외견상 성장과 물가, 국제수지가 균형을 잡은 것으로 느껴진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레 의문이 든다. ‘그런데 왜 우리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을까?’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3%에 못 미치는 성장률로는 우리 경제가 재도약의 변곡점을 타기 어렵고 그마저도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어서 내수 기여도는 낮을 수밖에 없으며 국민 개개인의 소득증가에도 거의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의 성장률 전망도 금년보다는 괜찮지만 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로 보기엔 역부족이다. 참고로 한국은행은 3.9%로 전망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각각 3.2%와 3% 미만으로 더 낮게 내다봤다. 

또한 이 단체들은 내년 경영계획 방향으로 긴축경영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투자 및 고용은 금년 수준에 묶이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부진과 수출여건 악화는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긴축경영’이란 경영기조는 3년 연속 지속돼 수년간 이어온 침체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2014년 여행경제는 어떨까?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공히 올해보다는 좀 나을 것이라고 예단한다. 한류가 튼실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데다 중국의 여유법 개정으로 금년 10월 이후 감소한 중국여행객이 내년 봄부터는 바뀐 제도에 적응할 것이란 낙관적인 판단에 근거해서다. 그러나 아베 정부가 엔저정책을 내년에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이고 한일관계도 회복될 조짐이 없어 일본인의 한국 방문객 증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웃바운드 쪽은 분명히 올해보다는 나을 것으로 판단한다. 국민의 해외여행이 이제 국내여행처럼 일상화 됐고 내년부터 대체휴일제가 첫 시행돼 쉬는 날이 늘어나는 것도 호재다. 러시아가 무비자 지역이 되고 이집트나 이란이 안정되고 있는 것 또한 여행지 선택의 폭을 넓혀 주기에 긍정적이다. 

변수는 환율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여부다. 미국이 언젠가는 실행에 옮길 양적완화의 축소와 그에 따라 요동칠 환율과 교역, 주식시장의 변화 추이를 가늠하기란 어렵다. 만일 내년 중 실시된다면 단기간 해외여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 시기가 성수기와 맞물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3년 내내 우리나라는 정치다운 정치가 보이지 않았다. 국가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줘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이 걱정하는 모양새여서 답답하기만 했다. 정치와 노사가 극한대립을 보이며 치른 사회적 비용이 OECD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지 않는가. 

독일이나 일본은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은 지 4~5년 만에 3만 달러를 넘어섰다지만 우린 2007년 이래 2만 달러에 멈춰 있다. ‘빨리 빨리’와 ‘하면 된다’가 익숙한 우리에겐 낯선 현상(?) 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묵은 해를 보내고 2014년 새해를 맞으며 함께 외치고 싶다. 
‘갈망하라 그리고 우직하게 도전하라!’ Stay hungry, stay fo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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