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케이블 방송 드라마인 <응답하라 1994>의 인기가 뜨겁다. 90년대 초반이라는 장치를 통해 보여주는 약간은 촌스러운 대학생들의 달달한 사랑 얘기도 즐겁지만 당시 유행했던 패션과 음악, 인기 드라마는 물론 대형 사건·사고까지 배경으로 나와 극의 내용이 더욱 사실적이고 그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인 내 눈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1990년대 대학생들 모습에서 빠질 수 없었던 해외 배낭여행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1989년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이 자율화된 이후 해외 배낭여행은 가장 빠르게 성장한 여행 분야였고, 학생들 사이에서 배낭여행은 그야말로 광풍처럼 번져갔다. 방학을 앞두고 각종 해외 배낭여행 광고나 설명회가 이어졌으며, 당시에 부모님 도움 없이 배낭여행을 떠나려는 학생들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의 촌스러운 사랑 얘기처럼 해외 배낭여행도 어설펐다. 지금처럼 온라인이 발달해 다양하고 풍부한 여행 정보나 리뷰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변에 그런 경험자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앞서 배낭여행을 다녀온 몇몇 사람들의 얘기나 그들이 쓴 무용담에 가까운 책을 사서 보는 것이 전부였다. 배낭여행에 관심 많았던 나 역시 작은 여행사가 주최하는 유럽 배낭여행 설명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장소에 비해 놀랄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던 그 설명회는 당시 배낭 여행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줬다. 설명회에서 배낭 전문가로 소개된 사람이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는 차례가 돌아오고, 나는 메모 준비를 하며 경청했다. 그의 조언이라는 것은 유럽으로 가는 항공기안에 있는 담요나 포크 등이 여행하는 동안 아주 유용했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한 달간 20개의 유럽 나라를 여행하는 루트 짜기, 평소에 승차권 검사를 많이 하지 않는 유럽 도시에서 공공 교통을 슬쩍 무료로 이용하는 방법(들키면 벌금이 크다), 당시에는 유럽의 국가마다 달랐던 통화 환전, 일부 도시에서 소매치기로부터 물건을 보호하는 법 등을 설명하고는 본인의 무용담이 이어졌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어설픈 내용뿐이었지만, 나를 포함해 그 자리에 참석한 초보 배낭여행자들에게 그는 부러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해외 관광은 그렇게 승승장구 했다. 외국 관광청에서 근무했던 나는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는 한국인 방문객 덕분에 본청에서 보내오는 입국 통계표를 마치 보너스 명세서처럼 즐겁게 기다렸고, 1997년 말에 IMF라는 역사상 최대의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그 신기록이 이어졌으며, 현재까지도 그 증가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다른 외국 관광청들이 보는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도 비슷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아웃바운드 시장 발전에 놀라워하며, 우리나라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하고 인정했다.

드라마처럼 다시 2013년으로 돌아와 보자. 1994년 해외 여행을 떠난 우리나라 여행객은 모두 315만4,326명. 20년이 채 안된 2013년 12월. 우리나라는 약 1,300만명이 해외를 떠나는 그야말로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당시 배낭여행 열풍 속에서 본격적으로 해외 여행을 떠났던 젊은 여행자중 많은 사람들이 관광업계에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MF 이후에도 사스, 전쟁, 글로벌 경제위기, 쓰나미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관광업계에 많은 영향을 줬으나, 1990년대 놀라운 성장과 아픔을 겪으면서 내공도 쌓여갔다. 외국 관광청들은 90년대 우리나라가 보여준 저력을 기억하며 여전히 우리나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인바운드 역시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팝과 드라마를 주축으로 하는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한국 이미지를 높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인바운드 방문객 증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응답하라 1994’에 열광하는 것은 90년대 그들이 열정 하나로 좌충우돌하면서 때로는 즐겁고 또 한 때는 힘겹게 살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현재는 모두가 성숙해지고 자신들이 이룩한 것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에 우리 관광산업도 열정은 많았지만 서툴렀으며, 그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도 그리고 내년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2014년을 며칠 앞두고, 우리가 다시 새로운 결심을 하고 희망을 이야기 해야 하는 이유다.
 
 
프로맥파트너십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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