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하지만, 필요에 의해 자랑질 잠시하고 가실게요~ 이 몸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부잣집에서 잘 자란 엘리트같은 스펙의 소유자다.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거주지였던 영등포구에서 특목고에 합격한 단 1인이라는 나름의 ‘신화’도 써 봤고, 명문대라는 소위 SKY도 골고루 다 다녀봤다. 이후에도 따박따박 제 때 결혼하고, 사회생활도 일찍 시작해 벌써 12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도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자며 일하고 애보고 집안일도 하고 (때때로 술도 충분히 마셔가면서) 열심을 다해 잘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S대 대학원을 다니며 4학기 내내 장학금도 놓치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종종 슈퍼우먼 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자, 본론은 자랑질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시간관리, 자기관리에 대한 이야기는 주위에서 늘 차고 넘치게 듣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나름 자체 임상실험을 통해 검증한, 간단한 원리 한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바로, ‘쪼개기’와 ‘몰두하기’다. 이 원리를 체득한 것은 고입을 3개월 앞둔 중3 겨울방학 때였다. 중2 첫 영어수업시간이었는데, 나만 and와 but의 차이를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종의 수치심을 느끼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섰던 그때 전공과목이 영어였던 중3 담임선생님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외고에 진학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하셨다. 특목고 시험을 치른 후 한달 후에 일반고 진학시험을 봤던 때라, 외고준비를 하면 자연스럽게 고입준비도 할 수 있으니 잃을 것이 없겠다 싶어 나름 확실한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 집 근처 독서실에 3개월 등록을 하고, 진심을 다해 공부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공부 좀 할라치면 책상에 정리할 것은 투성이었고 졸음과 지루함은 가장 큰 적이었다. 모르니 졸리고 졸리니 지루할 수 밖에. 

그래서 하루를 최대한 잘게 쪼개고 쪼개, 10분 단위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10분마다 해 낼 목표량을 정하고, 각각 다른 과목을 순환식으로 공부했다. 10분이 지나면 다 끝내지 못했더라도 가차없이 다른 과목을 시작했다.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실패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고 철저하게 반성하고 개선점을 찾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경험하고 나면 잠자는 시간도 아깝게 느껴진다. 이렇게 팍팍하게 사는 것이 고되기보다 희열로 느껴지고, 탐닉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빨리 자고 일어나서 그 재밌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정신병에 가까운 ‘설레임’까지 느끼게 된다. 누구를 사랑하게 되면 계속 보고 싶고,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스타일의 개인차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충분히 더 활동하고 산출할 능력이 있는데도, 습관적으로 딴 짓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에 대한 합리화를 한다. 뇌는 영양분이 공급되는 한 피로를 느끼지 않는 아주 대단한 물건이다. 내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던 구획지어지는 시간의 덩어리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일을 찾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시간이 ‘동등하게’ 주어졌다는 말은 ‘허구’다. 시간은 동량일 수 있지만 동질일 수는 없다. 시간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려 하지 말고, 시간이 나에게 최적화되도록 만드는 것에 답이 있다. 물론 맨 입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추운 겨울방학 3개월 내내 차가운 독서실 바닥에서 쪽잠을 자며, 빵으로 끼니를 떼우며 깨달은 한 가지 수확은, 비단 외고 합격뿐이 아니라, 시간의 질감을 느껴본 것이었다.
 
*박지영
주한FIJI관광청 지사장 TourismFIJIKorea@gmail.com
박지영 지사장은 업무와 공부, 육아 모두에 욕심 가득한 워킹맘이다. 전형적인 A형인 박 지사장이 일상에서 발견한 깨알같은 인생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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