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에 기록된 소소해도 중요한 2013년


여행업계의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하고, 재미있지만 마냥 웃을 수많은 없는 이야기들. 여행업의 면면들이 그대로 담긴 방담들을 소개합니다. 기자의 수첩에서 그대로 녹아나온 방담들은 솔직하기도 하고, 정곡을 찌르는 반전도 있습니다. <편주>

올해 빅이슈는 갑과 을?


유난히 올해 방담에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라면상무’가 불을 붙인 불공평한 갑을관계는 여행업계에서도 이슈였나 봅니다. 업체 간의 관계에서부터 팀 내부의 관계까지. 갑과 을의 지독한 운명은 언제 끝나는 걸까요?

 

갑이 너무해
얼마 전 소위 ‘갑질’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갑들의 횡포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팔아달라고 압박하던 상품이 너무 많이 팔려 공급이 부족해지자 이제는 팔지 말라고 압박한다는 모 항공사의 이야기가 대표적이죠. 팔아도 문제, 못 팔아도 문제. 을의 권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8월5일>

 

같이 들어가면 안되나요?
영업의 연장인 술자리, 피하거나 중도에 일어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술자리에서도 갑을관계가 드러난다고 하네요. 을이 새벽까지 쓰린 속을 붙잡고 술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갑은 집에 가고 싶을 때 언제든 들어간다고 합니다. 더구나 일행들의 배웅을 받으며 당당히 나간다고 하네요. 술자리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갑들! 여행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겠죠? <9월9일>

 

상생의 노력이라고요?
어떤 관계자는 대형여행사가 모든 것을 독식하려고만 한다며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늘상 입에 달고 계십니다. 하지만 실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고, 모든 일을 부하 직원에게 미뤄둔 채 그저 열심히 일하라고 명령하는 모습을 보니 과연 그 분이 ‘직원과의 상생’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자체적인 경쟁력을 먼저 키워야 상생의 혜택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10월14일>

 

바람잘날 없는 인바운드
올해 우리 인바운드 시장은 1,200만명을 기록하면서 최대의 방문객을 유치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외풍에 이리저리 흔들렸는데요, 가까운 일본·중국의 영향도 있었고 북한의 시도때도 없는 도발까지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인바운드, 고삐를 단단히 매야겠습니다.

 

북핵 때문에 한국 오기 무서워
김정은 체제로 새출발한 북한이 이전과 다름없이 핵실험으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한일 관계가 냉각되면서 얼어붙은 인바운드 시장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현지의 관계자들이 대거 방한해 국내 여행업계와 미팅을 계획하고 있는데 한국에 오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덕분에 워크숍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닌지 관광청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합니다. <2월18일>

 

중국인 늘어도 업체는 배고파
제주도로 무섭게 들어오고 있는 중국 전세기만 봐도 중국의 영향력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도 현지 여행사는 크게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중국에서 들어온 몇몇 업체가 시장 질서를 흐리는데다가 대부분의 팀을 독점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게다가 상품일정을 보면 유료 관광지는 찾아볼 수 없고 무료 관광지와 유사 면세점으로 불리는 ‘쇼핑센터’만 포함돼 있다고 하니, 제주도 현지 여행사가 재미를 볼 리 만무합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건 좋지만,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3월25일>

 

트렌드를 잡아라
여행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소비자와 사회의 동향에 따라 여행도 크고작게 영향을 받지요. 선두주자가 되려면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합니다. 올해의 변화들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꽃보다 할배를 모셔라
요즘 방송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인기입니다. 여행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상품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는데요, 특히 각 국 관광청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파생상품을 통해서 국가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테니까요. 프랑스, 스위스, 타이완에 이어 할아버지들이 떠날 다음 여행지는 어디 일까요. <8월5일>

 

여행사보다 웨딩컨설턴트
허니문 시장의 실권이 웨딩컨설턴트에 넘어갔다고 보는 분들이 많죠. 여행사보다는 결혼 전반을 계획하는 컨설턴트에 허니문 예약을 맡겨버리는 신랑신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요즘 진행되는 허니문 목적지 팸투어는 여행사보다 이 컨설턴트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직접 호텔과 리조트 실사를 하면서 꼼꼼히 체크한다고 합니다. 달라진 여행 시장의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9월2>

 

SNS의 속도는 못 당해
모든 기업이 그렇겠지만 홍보를 담당하는 이들에게 SNS처럼 얄미운 존재는 없을 것입니다. 혹자는 ‘SNS 때문에 문을 닫는 호텔이나 항공사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합니다. 최근 벌어진 세부 지진 현장에서도 그런데요. 언론의 과장보도도 SNS를 통해 사실 확인이 되는 것은 물론 기업에서 감추고픈 사실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SNS를 어떻게 다룰지 또 대처할지 홍보담당자들은 날마다 고민이랍니다. <10월21일>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올해의 진상 어워드
올해 황당한 에피소드로 지면을 장식했던 몇몇분들이 계십니다.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행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려 다른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그들의 희생을 되짚어봅니다.
 

행사장 난동 사건
모 관광청 행사 중 느닷없이 한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통에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는데요, 난동의 주인공은 A 씨를 마주치자마자 미수금을 갚으라며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고 합니다. 정도가 심해서 그를 말리려는 사람들까지 애를 먹고 행사 분위기는 착 가라앉고 말았는데요. 개인 이해관계와는 상관이 없는 남의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더러 상대방에게 모욕감까지 주었으니 반성 좀 하셔야겠네요. <3월11일>

 

자동차는 나의 자존심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을 표현해주는 몇 가지 물건이 생기게 되는데요, 차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단이 나도 차만큼은 포기 할 수 없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회사가 어렵다, 어렵다 하시던 랜드사, 여행사 사장님들이 외제차를 몰고 있다는 얘기는 애교스럽구요, 수억원대의 수입차를 끌고 다니시는 어느 사장님은 미수가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문득 유지비는 어떻게 조달하고 계신지 궁금해집니다. <8월5일>

 

아가씨 철수 사건
한 팸투어의 저녁 술자리에서 아가씨들이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열을 지어 들어온 아가씨들을 보고 팸투어 참가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아가씨들은 실수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투어에 참가한 한 관계자가 만취한 상태에서 부른 것이라고 합니다. 아가씨를 불렀던 그 분은 투어 내내 술만 마시면 여자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는 숙취 때문인지, 민망한 자신의 행동 때문인지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행사에는 등장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9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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