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지도 제작 후 매출 40% 성장
-“파리, B2B에 ‘선택과 집중’하겠다”
 
유로스테이션 김신 대표에게 2013년은 특별했다. 직접 제작한 파리 문화·예술 지도 <파리에 물들다>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해였기 때문이다. 올해 유로스테이션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었고, 거래처도 35% 증가했다. 2014년 10주년을 앞둔 유로스테이션은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유로스테이션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관광. 볼 관(觀) 자에 빛 광(光) 자를 씁니다. 빛을 본다는 의미죠. 즉 관광업은 사람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빛’은 문화·예술적인 빛입니다. 제가 파리를 선택한 건 그래서예요. 파리는 지구별에서 문화·예술적인 빛이 가장 강한 곳이거든요.”

유로스테이션 김신 대표는 “기존에도 파리 지도는 많았지만, 문화·예술을 집중 조명한 지도는 없었다”며 “한국 사람들이 쉽게 파리의 미술관 여행을 할 수 있게 재해석한 지도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 5월 세상에 나온 지도 <파리에 물들다>는 유로스테이션 거래 여행사들을 통해 무료 배포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도의 인기와 함께 회사도 쑥쑥 성장해 매출은 작년보다 40%, 거래처는 35% 늘었다. 이 여세를 몰아 내년엔 70~80%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자신했다.
 
지도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다
 
그가 <파리에 물들다>를 제작하기로 결심한 것은 대학원에서의 인연에서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함께 수업을 듣던 사람이 김 대표에게 “런던 여행을 갈 건데, 런던 미술관 지도를 구할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런 지도는 없다”고 하니 “왜 없느냐. 당신이 한 번 만들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그때 김 대표가 떠올린 곳은 런던이 아닌 파리였다. “문화·예술적인 매력이 가장 큰 곳은 파리이기 때문에 파리 미술관 지도를 만들기로 했어요. 파리를 자주 가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자세한 지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운 좋게도 지도 제작을 제안한 이가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출신이었다. 그에게 소개받은 산업디자인과 학생들과 두 달간 작업해 지도를 완성했다. 1년에 10번 이상 파리를 가는 김 대표가 직접 가본 미술관과 박물관, 그 중에서도 김 대표의 마음에 쏙 든 곳만을 추리고 추려 넣었다. 지도에 나온 추천 레스토랑과 한국 음식점 역시 김 대표가 직접 먹어보고 맛있었던 곳을 기록한 것이다. “<파리에 물들다>는 사실 제 이야기가 들어 있는 지도예요. 지도를 만들기 직전에 아버지와 일주일간 파리여행을 했어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큰 결심을 하고 떠난 여행이었죠. 그 여행을 통해 아버지와 저 사이에 벽을 허물고 사이가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지도에는 제가 아버지와 돗자리를 펴고 와인을 마셨던 곳,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산책로가 표시되어 있어요.”
 
여행사가 ‘필요한 존재’가 되도록
 
김 대표는 파리 지도를 한 해 20만부씩 배포할 계획이다. 내년엔 스마트폰 앱(유료)으로도 지도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이 역시 실물 지도 신청자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김 대표는 “1년에 파리를 가는 40만명 중 절반이 이 지도를 이용하게 하고 싶다”며 “3개월에 한 번씩 지도를 업데이트해 최신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처럼 지도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여행사가 필요한 여행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B2B 영업만을 하는 유로스테이션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여행객들이 가진 정보가 많아지면서 점점 여행사를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고요. 유로스테이션은 여행객이 여행사를 필요로 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할 겁니다. 가령 이 미술관 지도처럼, 월등한 수준의 콘텐츠를 여행사가 갖추고 있으면 손님들이 여행사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껏 100번 이상 파리를 다녀왔지만 아직도 파리에 대한 호기심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김신 대표. 진정 ‘파리에 물들고 있는’ 그와 유로스테이션의 2014년이 기대된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