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해외관광청 직원은 편견 섞인 질문을 많이 받는 이들 중 하나다. 언어의 중요성이 높기에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부터 시작해 각종 시시콜콜한 것을 궁금해 한다. 그렇다면 현재 인·아웃바운드에서 제1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경우는 어떨까? 중국여유국 서울지국을 찾아가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낙제 수준에서 노력해 ‘일취월장’
-“언어능력보다 융통성이 중요하죠”
 

해외관광청에서 채용 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아무래도 언어능력일 것이다. 물론 다른 요소도 중요하지만 언어능력이 가장 기본적인 요구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어를 마스터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 따라서 해외관광청 직원이라고 하면 으레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살다 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중국여유국 서울지국 김아영 대리의 경우 교환학생 신분으로 중국에 2년간 다녀온 것이 해외경험의 전부다. 출장 시 중국 고위공무원과의 통·번역을 자유롭게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기간을 체류한 셈이다.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공부했던 김아영 대리는 중국어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중국어·독일어·불어가 하나로 통합된 학부에 입학했을 때도 거의 독일어 강의만 들었다. “독일어 강의 위주였고 중국어는 안 배워봤으니 한번 해볼까 싶어 교양과목으로 한 과목을 넣었죠. 그런데 독일어 성적은 모두 A, 중국어는 C를 받았어요. 아, 난 중국어는 아닌가보다 싶었죠” 

진로에 영향을 미친 것은 어머니의 의견이었다. 중국어의 활용범위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조언을 하셨던 것. 하지만 2학년1학기 때까지도 중국어 성적은 ‘바닥을 기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왕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한번 열심히 해보자는 심정으로 학원을 다녔는데 이후 성적이 좋아졌고, 3학년에는 중국 우한으로 교환학생을 갈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갔음에도 중국에서의 첫 수업에서 절반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다못해 교수님의 칠판 글씨체도 익숙하지 않아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후 중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한국인 친구들과는 스터디를 구성해서 중국 신문 해석, 고사성어 외우기, 서로 퀴즈내기 등을 통해 점점 더 실력을 쌓아 나갔다. 한 번 시작한 것은 끝장을 보는 성격도 중국어 수준 향상에 한 몫을 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국제금융센터, 대기업 인턴 등을 거쳤고 선배의 추천으로 지금의 중국국가여유국 면접을 보게 됐다. 열심히 배운 중국어를 활용하고 싶었고, 중국에 대한 관심이 컸던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험은 매우 까다로웠다. 중국어 구술면접은 물론 한-중, 중-한 번역시험도 치러야 했다. 중국어로 出境(출경)이라는 단어가 아웃바운드를 뜻하는지도 몰랐던 시기였다.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그녀가 결국 좁은 문을 뚫고 최종합격을 했다. 들어와 보니 선배들 역시 대부분 중국에 1년 정도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들이었다. 전공도 경제, 무역, 통상 등으로 다양했는데 오히려 관광전공이나 중국어과 출신이 거의 없었다. 

“실제로 일하니 언어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융통성 있는 성격인 것 같아요. 중국 출장을 가더라도 너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힐 때가 많거든요. 만약 독일어를 선택했다면 어땠을 것 같냐고요? 글쎄요. 모르겠지만 아마 잘하지 않았을까요? 하하”

김명상 기자 terr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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