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 '미슐랭 가이드'는 2008년과 2009년에 연달아 도쿄를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미식의 도시’로 선정했다. 미식의 도시이자 맛의 본고장임을 자처하던 유럽을 제치고 일본 요리가 가장 사랑받는 요리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일본의 요리문화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린 ‘기타오지 로산진’과 같은 명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타오지 로산진’은 서예에서 시작해 전각과 건축 등으로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갔다. 궁극적으로 요리를 단순히 맛으로만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요리와 그릇, 인테리어, 서비스 등이 하나로 통합된 예술로 다시 태어나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예술적 이상향을 구현한 일본의 전설적인 요리명인이자 예술가였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불릴만한 절대 미각의 소유자였으며 1920년대에는 전설적인 요정 ‘호시가오카샤료’를 운영하며 오로지 미식으로 일본 사회를 좌지우지했던 인물이다.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 ‘그릇과 요리는 한 축의 두 바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던 그는 현대 일본의 가이세키 요리를 완성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맛의 달인’과 ‘오센’이라는 헌정 만화가 나올 정도로 일본인들에게 추앙받는 기타오리 로산진은 오늘날에도 많은 일본인 조리장들이 그를 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랜드하얏트호텔 서울의 일식당 ‘아카사카’의 ‘와타나베 게이이치’ 조리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고베 마이 코비라 호텔, 고베 오리엔탈 호텔 등 일본의 여러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2005년에는 와카야마 멤버쉽 클럽 호텔의 부주방장을 역임한 그의 요리철학과 주방을 이끄는 가치관은 기타오지 로산진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우선 그는 요리만큼이나 그 요리를 담는 그릇에 대해서 연구하고 몰두하였던 기타오리 로산진과 같이 예술에 많은 관심을 보여서, 벌써 15년째 도예를 하고 있다. 효고켄 사사야마의 지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예를 시작하게 된 그는 일본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인데, 도예를 할 때는 이 그릇에 담게 될 요리를 생각하며 만들기 때문에 요리에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 도예를 배우고 나서부터 아름답게 요리를 담아내는 모리츠케의 미학에 대해 더욱 더 잘 알게 돼, 고객을 감탄하게 만들만한 모리츠케를 통해 다양한 도예품을 만들면서 고객을 더 생각하게 됐다. 가끔은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정성을 다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늘 가슴벅차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둘째로 그는 기타오리 로산진과 같이 본래의 맛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요리철학을 갖고 있다. 기타오리 로산진이 자신의 단골고객들에게 자주 써주던 글은 “본래 가지고 있는 맛을 살려라”였다. 와타나베 조리장의 요리 역시 여러 계절요리를 통해서 가장 기본적인 맛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일본요리의 본질을 가장 깔끔하면서 가장 정성 어린 맛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을 최고로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매번 프로모션과 메뉴를 선정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그의 요리철학은 그의 요리를 맛보는 고객들의 호평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더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로산진이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백 년 앞의 친구들이다. 모두가 알아주기 바라는 단 한 가지는, 로산진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이루어졌다면 나는 만족한다”고 얘기한 것과 같이 훗날 일본요리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자신의 요리기술을 전수하는데 가장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조리장이라고 하면 보통 군대의 야전사령관과 같이 일사분란하게 주방을 지휘, 통제하는 것을 연상하는데, 그는 그러한 조리장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철학과 기술이 보다 많이 전수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장인정신을 추구하고 있다. 그가 일본을 벗어나 외국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것도 일본요리를 널리 알리고, 그가 가진 일본요리의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전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그가 조리장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노자 도덕경 제58장에는 ‘광이불요光而不耀’ (빛은 나지만, 반짝거리지는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그 말처럼 와타나베 게이이치 조리장은 오늘도 그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민석 
비에이치파트너스 대표
HR컨설턴트 msyoo0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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