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는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관광산업과 여행업에만 국한되는 현상도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골목 상권은 사정이 더욱 심각합니다. 구멍가게는 편의점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고 떡볶이도 이제는 체인점이 대세입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공세에 밀려난 동네 빵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규모와 자본의 논리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동네 빵집의 위기가 커지자 한편에서는 ‘그래도 동네 빵집’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전국의 유명 빵집을 순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승승장구하는 동네 빵집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군산 이성당, 대구 성심당, 광주 궁전제과, 전주 PNB 풍년제과, 안동 맘모스 제과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지방의 빵집들은 서울 대형 백화점에서도 모셔오고 싶어 안달일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행업계에서는 ‘직판 패키지의 위기’나 ‘중소여행사의 몰락’이 자주 회자됐습니다. 단순히 우려로만 취급하기에는 시장의 변화가 너무 분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집계된 한국여행업협회(KATA) 통계만 봐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9월까지 송객 실적은 18개 실적 상위 회원사의 57.75%를 차지합니다. 하나투어 한 곳만의 실적을 따져도 37.97%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9월까지의 내국인 출국자수와 비교하면 대형 여행사 2곳이 전체 내국인 출국자의 18.7%를 송출한 셈입니다.

그런데 통계를 찬찬히 보면 재미난 변화를 하나 읽을 수 있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2012년 KATA 통계를 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점유율은 59.45%였습니다. 60% 돌파가 기정사실처럼 보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1.9%가량 하락했습니다. 그렇다고 양사가 부진했던 것은 아닙니다. 2012년 9월까지 양사는 184만명을 송출해 전체 출국자의 17.93%를 차지했지만 2013년 들어 210만명을 송출하고 출국자 비중도 18.7%로 늘어났으니 확실히 성장을 했습니다. KATA 실적에서의 점유율 하락은 하나, 모두가 못해서가 아니라 나머지 여행사들이 더 잘했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는 동네 빵집이라고 거창한 무언가나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기 메뉴도 단팥빵이나 전병처럼 평범합니다. 결국,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빵이지만 아무나처럼 만들지 않는 ‘정성’과 ‘맛’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여행업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몇몇 여행사의 독주가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룡 여행사가 모든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대형 체인도 두손 들게 만드는 동네 빵집처럼 여행사도 나만의 고객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여행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규격화된 여행 상품을 기피하는 여행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통계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한국갤럽은 해마다 한국인의 새해 경제 전망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전국의 성인 1,501명에게 2014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질문한 결과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21%, ‘어려워질 것’ 24%를 차지했습니다. 54%는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수치만 놓고보면 부정적인 응답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2013년 전망과 비교하면 낙관론은 9%포인트 증가하고 비관론은 16%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낙관과 비관의 격차가 이 정도로 줄어든 것은 3년만으로 2013년의 시작과 비교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출발입니다. 물론, 장밋빛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도 아닙니다. 2014년, 긍정의 기운을 가지고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KATA 실적은 2012년 통계가 집계 되지 않은 자유투어와 롯데관광을 제외한 18개 순위권 여행사의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실적을 바탕으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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