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 관광객이 1,200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내외 경기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일본 시장이 무너진 가운데서도 2012년 1,100만 명을 상회한 데 이어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 및 정부의 관광산업 육성정책과 관광업계의 끊임없는 노력이 어우러져 만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분석 자료에 의하면, 외래 관광객 1,200만 명 유치의 경제적 효과로 약 25조5,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9만여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협회장으로서 한편 자긍심도 들지만 이 같은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부분의 균형성장을 감안하면 현 상황에서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대두되고 있음도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정책 목표로 설정한 2017년 1,600만명 및 2020년 2,000만명 유치를 안정적으로 달성하려면 양적 성장 정책 외에 관광객 편의 및 수용 태세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5위 수준에 머물렀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에 대한 여행만족도는 5점 만점에 3.87점으로 동남아(3.96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가장 큰 불만 요인 중 하나로 숙박(39.1%)을 꼽고 있다. 최근 5년간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평균 10%지만 객실 증가율은 3.9%에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사가 된 K-pop과 한류열풍, 편리한 쇼핑, 접근성 등을 이유로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지만, 그들이 머무는 기간 동안 숙박시설에 대해 실망한다는 이야기다. 일부 중국인 관광객은 서울의 숙박시설이 부족해 서울관광을 끝낸 뒤 숙박을 위해 인근 교외의 숙박시설로 이동하는 등 수요·공급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개별 여행(FIT) 중심의 외래객 증가에 따른 다양하고 특색 있는 숙박시설 확충과 업그레이드를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부가 서울시내 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으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아직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13년 숙박 분야에서는 숙박시설 확충과 더불어 숙박서비스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에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5월에는 호텔의 등급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법안에는 개별관광객의 수요에 부응하는 '문화가 있는' 소규모 숙박시설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형호텔업(부티크호텔)을 신설하였고, 호스텔업에 대한 입지제한을 완화했다. 또한 의료관광호텔업(메디텔) 신설을 통해 관광과 의료가 융·복합되기도 했다.

아울러 ‘학교보건법 제6조’에 의해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 내에 호텔설립이 제한되어 있는 바, 부대 유흥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에 한해 예외규정을 적용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무엇보다 ‘학교보건법’을 적용하지 않는 ‘관광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6월 국회에 회부된 상태이나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어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

예컨대 경복궁 인근에 고급스러운 한실로 객실을 준비하고 지하에는 대형버스 정류장을 만들어 경복궁 인근의 대형버스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2012년부터 관광숙박시설을 건립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관광호텔을 쓰레기 매립지, 소각장 등과 같은 혐오시설로 분류해 건설이 외면되고 있는 것이다. 격식과 틀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창의성이 부족해지기 쉬운데 이 또한 그 예라고 생각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 앞 호텔건립 규제 완화를 기다리는 곳이 전국적으로 6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신규 관광호텔 건립이 활성화될 경우 약 2조원의 투자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관광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관광호텔을 주거 및 교육환경을 저해하는 유해시설로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시급한 통과는 물론 일자리 창출의 효자산업인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때인 것이다. 가령 스페인 등 해외 도시의 길을 걷다 보면 그곳의 호텔이 정말로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관광호텔을 지역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부정적인 시설로 보지 않는다.

특히, 한국 관광의 중심인 서울지역에서 숙박시설의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관광업계의 피해는 차치하더라도 지금까지 정성들여 쌓아 온 한국의 국격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국제관광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문제를 개선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하겠다. 더욱이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한국 관광산업 육성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학교 주변 관광호텔 구축 등 숙박시설 확충은 향후 ‘관광대국 한국’의 위상을 더욱 견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상만
한국관광협회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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