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의 창시자로 칭송받는 프랑스의 예술가인 샤를 보들레르는 여행에 대한 백일몽을 고귀한 영혼, 탐구하는 영혼의 표시라 했다. 그는 평생에 걸쳐 항구, 부두, 역, 기차, 배, 호텔방에 강하게 끌렸으며, 자신의 집보다 여행을 하다 잠시 머무는 곳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 기괴한 예술가이다.
 

반면에 우리의 지난 한 해 여행관련 가십란을 되돌아보면 항공기 기내에서 서비스 받은 라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비를 걸다 승무원을 폭행한 모기업의 왕 상무를 꼽을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월급쟁이의 로망이면서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으로 승진된 지 불과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의 업무 여행 중 라면 한 그릇에 그 인생의 전부를 날리는 황당하고도 웃지 못할 사건의 장본인이 되어버렸다.


또한 모기업의 회장께서는 항공기 출발 시각 즈음에 공항에 도착해 탑승을 요청했으나 늦게 오셔서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항공사 직원의 이야기를 전해 듣던 과정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신문지를 말아 던진(때린?) 사실이 김포공항 내 112로 들어온 폭행신고 전화로 세상에 밝혀졌다. 결국 당사자인 회장께서는 공식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이미 그 기업의 이미지 추락은 피할 수 없었고 기업의 수장으로서의 사회적인 비난 및 개인의 인품까지 의심 받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즐거워야 할 여행길에 왜 스스로를 운 없는 사람의 반열에 올려놓고 나락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지 이해가 안된다. 옛적 우리 속담에 여자가 시집가면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을 하고 지내라는 말이 있었다. 얼마나 시집살이가 고달팠으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워야할 시절을 그리 지내라고 강요했을까? 갓 시집온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구박과 멸시 속에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나는 절대 저런 시애미가 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하지만 그렇게 세월을 먹고 산 며느리는 어느 순간 자신이 예전의 시어미니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형태를 배워왔을 수도 있고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보상 및 보복 심리가 한몫 했을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서비스업에서 경쟁적으로 인용되던 ‘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은 많은 추종자 또는 추격자(Follower)들의 차원 낮은 비즈니스 경영의 관점에서 회자되고 남이 하니까 뒤질세라 너도나도 따라 하는 지경이 됐다. 그러다 보니 결코 왕이 될 자격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사람들을 왕으로 착각하게끔 해 수많은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를 양산하게 만든 현실은 많은 서비스 업계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서비스가 아닌 그저 습관적으로 하는 서비스는 결코 오래가질 못할 뿐더러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 이제 여행업계의 위상도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고 많은 젊은이들이 근무하고자 하는 직업군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142개의 2년대 대학을 포함해 전국 331개 대학에서 무려 268개나 되는 관광관력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전후만 하더라도 불과 몇 개되지 않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이러한 여행, 항공 및 관광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우리나라 관광 산업 분야의 개척자 그룹이라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 이상 무언가의 후기(POST)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의 전기(PRE)가 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해 이제 우리네 서비스업계에도 삶의 질을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이 시대의 문화 코드인 디자인을 접목하여 시도하는 그러한 2014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진
카마 항공·여행 아카데미 대표이사
sjlee5008@hotmail.com

이상진 대표는 …
1984년 노스웨스트 항공 여객운송부서를 시작으로 인천공항지점장과 부산지점장 등을 지낸 후 2005년 3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에미레이트 항공의 한국 초대 지사장을 역임하는 등 약 30여년 간 항공업에 종사해 온 항공전문가다. 또한 2011년 3월부터는 백석 예술 대학교의 관광학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 말 항공 및 여행 업계의 인재 양성 및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카마 항공·여행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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