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이벤트 중 두 개를 소개한다. 
하나는 영국 출신의 억만장자 버진 그룹 리차드 브랜슨 회장과 에어아시아 페르난데스 회장의 재미있는 내기 이벤트이다. 내기에서 진 브랜슨 회장이 페르난데스 회장 요청에 따라 에어아시아 엑스의 일일 승무원으로 일하게 됐다. 그는 여자 승무원으로 변신하기 위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기꺼이 다리털까지 밀었다. 게다가 붉은색 치마의 승무원 유니폼과 메이크업까지 하고 항공기에 탑승해 승객들에게 기내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브랜슨 회장의 서비스를 받는 에어아시아 회장 및 승객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세계 곳곳에 알려졌다. 브랜슨 회장이 기내 서비스를 담당한 에어아시아 엑스의 특별 항공편 항공권과 기내에서 판매된 기념품, 면세품의 일정 금액은 나중에 어린이 재단에 기부되었다. 모금이 자선사업에 쓰여 두 회사의 이미지가 올라간 것 외에도 두 회장이 기꺼이 망가지는 모습으로 참가한 이벤트 덕분에 버진과 에어아시아 엑스는 고객들에게 유쾌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내가 만난 한 외국 항공사의 사장도 몇 년 전 일본에 취항할 때 이름도 생소한 자기 항공사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뉴질랜드 사람이었던 그 사장은 동경의 가장 번화가인 시부야 한복판에서 스모 선수 코스프레로 몇 시간 동안 서있으면서 회사를 알렸다. 서양인의 스모 선수 코스프레는 수많은 일본인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고 SNS를 통해 언론과 소비자들에게 단시간 내에 회사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사 사장님이 출연하는 이벤트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이벤트들을 한 줄로 세워서 살펴보면 상당히 비슷하고 오랜 세월 동안 늘 똑같다.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을 담그는 사장님, 겨울에 연탄 배달하며 봉사하는 사장님, 일일 평사원으로 카운터에서 일하는 사장님, 고아원이나 양로원에서 봉사하는 사장님 등. 회사가 좋은 일을 하는데 이왕이면 사장님이 전면에 서 있는 훈훈한 사진이 있으면 홍보 효과가 좀 더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위선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망가진 모습을 보여야 성공한 이벤트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이벤트에는 사장님과 회사는 있지만 고객은 없다. 우리 회사가 좋은 일을 하고 ‘우리 사장님은 알고 보면 서민적이고, 평범하고 인정 많은 분’이라는 회사 및 개인 홍보성 메시지는 전달할지언정, 고객에게 감동을 주거나 일반인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이벤트는 캐나다 웨스트젯항공의 크리스마스 깜짝 행사다. 출발지 공항의 한 게이트 앞에 커다란 박스가 놓여 있고, 탑승을 기다리느라 지루한 승객들이 그 박스에 보딩 패스를 스캔하면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이것저것 대화를 시도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슬쩍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은 무엇인지도 물어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승객들은 재미 삼아 자기들이 원하는 선물들을 말한다. 속옷, 양말, 목도리 등 소박한 선물에서부터 커다란 텔레비전 스크린, 아이패드, 카메라 등 고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승객들이 비행기에 올라 목적지로 향하던 그 시간에 목적지에 있던 항공사 직원들은 팀을 나누어서 모든 승객들이 산타에게 얘기한 희망 선물들을 구매하여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윽고 콘벨트 앞에서 짐을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산타가 보내는 선물이라는 메시지가 붙은 예쁜 선물 박스들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하고, 자기 이름이 붙은 선물 박스를 발견한 승객들이 뜻밖의 선물에 비명을 지르거나 눈물짓는 장면들이 나온다. 한 눈에 봐도 엄청난 비용이 든 이벤트이지만, 그 행사는 기술과 자본 외에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산타클로스의 기적을 다시 경험하게 해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세상은 아름답고 즐거운 일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진심 어린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행사였다. 이 동영상은 그 항공사를 알지도 못했고 타본 적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을 포함하여 전 세계 수천만명이 감상했으며, 수만개의 감동적인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나 역시 다음에 캐나다에 가면 일부러라도 그 항공사를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새해가 되니 금년에는 또 어떤 마케팅과 이벤트를 해야할지 홍보 마케팅 담당자로서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요즘처럼 기술이 발전하고 채널이 다양하고,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겨줘야 하는 때에 어떤 전략으로, 어떤 파트너와 일하고 어떤 방법으로 홍보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까 하는 것은 모든 담당자들의 질문이다. 

아무쪼록 금년에는 사장님 혼자만 훈훈하고 흐뭇한 이벤트가 아닌 고객들이 감동하고 행복해지는 이벤트를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김연경 
프로맥파트너십 이사
akim@promac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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