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효과는 ‘무언가에 대한 사람의 믿음, 기대, 예측이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경향’을 말한다. 명칭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었는데, 피그말리온이라는 왕이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 줬다는 내용이다. 1964년 미국의 로버트 로젠탈 교수는 여러 실험을 통해 ‘기대와 격려의 힘’에 과학적 근거가 있음을 증명했고, 교육심리학에서는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현상을 일컬어 피그말리온 효과라 부른다. 

며칠 전부터 새벽에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마치고 출렁이는 배의 느낌을 음미하며 팔자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처음 보는 외국인이 “너 정말 몸매 멋지다. 얼굴도 너무 예쁘고!” 라며 이야기를 걸어 왔다. 속으로는 ‘얘 뭐래니? 잡상인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예쁘다는 칭찬에 반사적으로 만면의 미소를 머금으며 “어머~ 말도 안돼! 니 몸매가 죽이지! 고마워 얘~”라며 여자들끼리 잘하는 가식적인 웃음으로 격려와 겸손의 멘트를 날렸다. 결국 그녀는 잡상인도 그 무엇도 아닌 그냥 지나가던 친절한 언니였고, 그렇게 우리는 말로만 칭찬을 주고받고 쿨하게 헤어졌다. 

그런데 하루 종일 기분이 참 좋다. ‘어머~ 내가 정말 그런가? 역시, 이 나이에 애 둘 낳고 이런 몸매를 유지하는 여자가 어딨어? 화장은 커녕 세수를 안해도 이 정도 인물이면 최고지’라는 술에 절었을 때나 솟구치는 자신감이 맨 정신에도 생기고 그녀의 말 한마디로 그날 하루가 Up!Up!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진심보다 ‘기대와 믿음’이다. 진심은 내 몫일 뿐이고, 듣는 사람은 진심보다 표현에 더 관심이 있다. 아이들에게 이 효과가 가장 잘 발현되는 이유는 아직 자아가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타자’인 부모와 교사의 기대에 자신을 비추어 자존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기초부터 다 잡아야 한다며 글자 획순이나 연산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너는 누굴 닮아서”라거나 “지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식의 조상 탓과 인격모독을 마다하지 않고 애를 잡으려는 악마본능이 솟구칠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냥 잘 한다고 하자. 뭘 해도 잘 한다고 하자. 물론 결과가 어떻든 무턱대고 칭찬을 하자는 게 아니라, 그 아이의 꼼지락 대는 성장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자는 것이다. 마음과 정서가 건강한 아이는 뭐든 잘 할 수 있다. 글자체나 수학능력 따위는 사실 자기가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다수가, 싹을 자르고 잎과 열매를 심으려는 급한 마음이 있다. 

암웨이의 창업자인 리치 디보스(Rich DeVos)는 <긍정적인 사람들을 위한 10가지 강력한 단어>라는 책을 통해 단순하고 쉬운 단어들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이야기 한다. ‘고맙다, 사랑한다, 너를 믿는다,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 할 수 있다, 네가 자랑스럽다’ 등 주어와 동사로만 이루어진 이 간단한 2형식 문장들이 조각을 사람으로도 둔갑시키고, 오늘 하루 기분 째지게 만들고, 스스로를 좋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으로 믿게 만들어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진심’보다 ‘표현’이다. 진심이 담긴 표현은 100점, 진심 없는 표현은 50점, 진심은 있지만 표현하지 못한 것은 0점이다. 닭이 되어 날아갈 듯 부끄러워도 어떤 칭찬이든 일단 표현해보는 거다. 닭살은 금새 가라앉지만,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정말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오늘 하루를 신~나게 살지도 모른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고, 집안이 평온하며, 반찬이 더 나오고, 아이들이 훌륭하게 클 수 있다. 오늘 하루 ‘닭 될 각오’ 되셨습니까? 
 
*박지영 지사장은 업무와 공부, 육아 모두에 욕심 가득한 워킹맘이다. 전형적인 A형인 박 지사장이 일상에서 발견한 깨알같은 인생의 재미.
주한FIJI관광청 지사장 TourismFIJI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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