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직장인 평균 이직률은 15.8%. 2~3년마다 직장을 옮기는 젊은이들이 증가하면서 ‘잡홉핑족(Job-Hopping)’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날 정도로 평생직장에 대한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한 직장에서 41년 동안 근무하며 단 한번도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이가 있다. 직업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는 떠날 수 없었다는 세방여행사 김경숙 상무다. 지난 12월 말에 정년퇴임한 김 상무를 만났다.  <편집자 주>

“처음에 비서로 입사해 20년 동안 故 오세중 회장님을 모셨어요. 그 후에 수속 및 여권발급 부서에서 과장 직급으로 실질적인 여행사 업무를 다시 시작했죠. 비서 업무를 하면서 회장님 지인들, 회사 VIP들은 제가 관리해왔기 때문에 부서가 완전히 바뀌었어도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렇게 새로운 부서에서 8년 정도 일을 하다가 여행이 자유화되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법인·상용 전담 부서로 옮겨 지금까지 일을 했죠.”
 
 
-육아와 업무 선택과 집중
-퇴임 후에도 프리랜서로…

- 여성의 몸으로 41년간 일을 계속 해오기란 쉽지 않았을텐데
사실 돌아가신 회장님이 많이 배려해주셨다. 그때 당시만 해도 여행사에서 발권 부서는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여자들이 하는 업무였다고 하지만, 그 외 특히 법인영업 쪽은 거의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집에서도 서포트를 많이 해줬다. 육아와 일, 두 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둘 중에 일을 선택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가정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엄마의 도리는 다했지만 집에만 있는 엄마들이 해주는 일들은 해주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학을 가는 날 함께 등교해주기나 학부모회의 같은 학교 행사에는 참여해주지 못했다. 막내 오빠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지금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서운해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까지 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회사에서 당겨주고 집에서 밀어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는 없었는지
여행사를 차려줄 테니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근무 조건도 꽤 좋았다. 그런데 나는 세방여행사와 피를 나눈 형제 사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절대 떠날 수 없는 곳이다. 사실 내가 진짜 필요로 했을 때 내 곁에서 도와준 곳이 세방이다.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서 거리에 나앉게 되었을 때, 돌아가신 회장님이 아이들 학자금이라든지 내 품위유지비까지 챙겨주면서 많이 도와주셨다. 내가 정말 어려울 때 위로해 주었기에 더욱이 떠날 수 없었다. 
 
- 그동안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해왔는지 
정말 정열적으로 일했다. 아이 낳고 한 달만에 복귀했고 맹장이 아픈데도 나와서 일하고 수술 받을 정도였다. 여행사 업무라는 것이 그때하지 않으면 다음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꼼꼼해야하고 그날 일은 그날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일 중독이라고들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웃음) 어떤 때에는 출장 가서도 일주일 동안 잠도 안자고 일한 적도 있으니까. 올해 63살이 되는데, 지난 10월에 중국 구채구 인솔자 출장을 다녀왔다. 일정 도중 길에서 미끄러져 손목을 좀 다쳐서 본의 아니게 마지막 출장이 되어버렸다. 얼마든지 더 일할 수 있는데… 
 
- 퇴직 후 계획은
업무를 손에서 아예 놓을 생각은 없다. 하던 업무 그대로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다. 그동안 맡았던 VIP 관리를 세방여행사 소속이면서도 프리랜서로 독립하는 형식이다. 너무 오랫동안 일해 왔기 때문에 갑자기 쉬는 것이 좀 두렵다. 아직 젊으니까 일은 계속 하고 싶다. 

-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발권 업무의 경우, 발권을 하면 재발행을 할 때 최초로 발권을 해준 여행사에서 재발행을 해줘야 한다. 현지에서 급하게 변경을 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우리는 직원들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다.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전화를 받아 꼭 해결해준다. 그러다보니 사실 직원들의 불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비스업에 일하고 있고, 그러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항상 성심성의껏 업무에 임하다보면 손님들이 신뢰를 가지고 일을 맡긴다. 그래서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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