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과 글을 아무 생각 없이 쓰다가도 불쑥 선조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질 때가 있다.  섬세하고 다양한 표현을 담아내는 똑 부러진 명사와 형용사 등을 마음껏 구사할 수 있어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좋은 말과 글을 가졌음에도 우리의 일상에서 주고받는 언어들은 부정확하거나 모호한 표현이 참 많다. 영어를 포함한 서양의 언어보다 더 기능적이고 과학적인 우리말이 그 쓰임에서 아쉬움이 좀 있다고나 할까. 자랄 때부터 가정에서 정확한 표현을 익히지 못하고 학교에서의 어문교육도 그 문제점을 바로 잡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TV에서 인터뷰를 갖는 시민이나 연예인의 언어구사는 대부분 이렇다. “경치도 너무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우리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너무 예쁘셔서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너무’라는 부사는 영어로 치면 ‘too’다. ‘too’로 시작된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끝나듯이 우리말도 역시 ‘너무’를 쓰게 되면 부정적인 말이 됨은 말 할 것도 없다. 영어권 사람들이 이를 비교적 정확하게 가려 사용하는 반면 우린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영어에도 ‘seem’이나 ‘look’처럼 ‘~같이 보인다’ 혹은 ‘느껴진다’란 표현이 쓰이긴 하지만 우리처럼 ‘~한 것 같아요’만큼 과도하게 쓰이지는 않는다. 자칫 이런 말을 자주 쓰게 되면 확신이나 자신감이 덜 한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언어표현의 다양성도 좀 부족하다. 뉴스에 날씨나 공연감상 등의 소감을 묻는 일반인 인터뷰는 안 보고도 내용을 알 만큼 뻔하다. “너무 좋아요” 하거나 “파이팅”으로 끝나는 게 거의 공식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TV보도로 접하는 북한주민의 말솜씨는 거칠고 공격적인 점만 빼 놓으면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게다가 인터넷의 영향으로 우리의 말은 훨씬 표피적이고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갈라졌다’고 하면 될 것을 ‘찢어졌다’라고 표현하고 ‘식사를 한다’는 것을 ‘때린다’로 둔갑시킬 때도 있다. 그뿐인가. 용모에 대한 지나친 동경이나 칭찬도 거슬린다. ‘우월한 비율’, ‘자체 발광모드’ 등 말초적이고 외면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춰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듯이 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품격과 값어치는 달라진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란 말이 있기는 하지만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우리 여행인에겐 품위 있는 언어의 구사가 필수이다.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이, 아부가 아니어도 상대방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그런 말을 말이다. 실행 할 수 있는 말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흔히 우린 여행업계에서 말 만 잘하는 이를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뜰 사람’이라고 한다. 무교동을 지나다가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하는 말이나 ‘언제 한번 식사하시죠’ 란 말을 듣고 그대로 믿었다면 업계경력이 짧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나 자신의 회사가 필요해서 맡긴 일을 ‘도와준다’고 말하는 것이나 자신이 속한 회사의 product를 내다파는 걸 ‘지원한다’는 말로 포장하는 것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말을 하거나 하대를 하는 것도 아주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면 삼갈 일이다. 

얼마 전 ‘성공하는 남자의 디테일’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직장인으로서 지녀야 할 덕목을 아주 잘 정리해놓은 걸로 기억한다. 그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좋은 대목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나 ‘오래 듣고 짧게 말하기’와 ‘진심만을 말한다’는 여전히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어디에서나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사람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즐긴다. 성공하는 사람은 귀를 열면 상대의 마음도 함께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참 근사한 말 아닌가!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과 행동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진심이 담긴 품격 있는 언어가 우리 여행업계가 필요한 바로 그것이다. 성공하는 직장인이 되고 싶은가? 오래 듣고 짧게 말하라 그리고 귀를 열고 마음을 얻어라!
 
신의섭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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